2025/05 9

김장김치 5포기

김장김치 5포기 애 둘을 가진 새댁이 오늘 김장을 했는데 힘들어서 죽을뻔했다고 한다. 두 포기를 정성껏 담아서 건네준다. 세 포기는 자기가 먹고 두 포기는 우리를 준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애 둘을 데리고 김장김치를 한답시고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90년대 초에 만났으니 30년이 훨씬 넘었다. 가끔 서로 만나는 사이지만 남편은 사업가이다.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할 정도로 재력을 갖추었다. 이번에 1박 2일로 남도를 다녀오자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세계여행도 많이 다니고 국내 여행도 많이 다니지만 사업상 국내와 해외로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두뇌가 명석하고 사업가의 기질이 있어 성공한 사업가이다. 여행 내내 자기가 결제하겠다고 나서서 여행경비는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오가는 길에..

땅끝마을 – 보길도행 여객선

땅끝마을 – 보길도행 여객선 전망대에 도착하여 다도해를 바라보니 더는 건널 수 없는 바다다. 하늘에서 바라본 목포와 제주 간의 거리는 한발만 뻗으면 지척 간에 있는 것이 제주도이다. 땅끝에서 바라보는 것하고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이 다르게 보인다. 거리는 똑같은 위치에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 것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보길도행 여객선 옆에 있는 땅끝마을 표지석에 도착했다. “한반도최남단 땅끝”이라고 쓰여 있다. 더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살다 보면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갈 수 없는 곳이 있다. 이곳은 더는 갈 수 없는 곳이다.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보길도행 배편인 뉴장보고 호를 타야만 갈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선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

두륜산 대흥사

두륜산 대흥사 500년 된 느티나무가 연리근(連理根)으로 묶여있다. 대흥사(大興寺) 일주문에 오르기 전 우측으로 유선관(遊仙館)이 자리하고 있다. 31년 전 방문했던 유선관의 입구가 바뀌어있다. 새로 생겨난 유선 카페가 앞을 가로막고 있고 외부인은 무단출입을 금지함과 동시에 촬영조차도 금지돼 있다. 상업화돼 있어 하루 숙박비가 2인 기준 1실이 24만 원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7만 원으로 알고 있었는데 많이 올랐다. 멋과 낭만을 중시하던 분위기가 정제화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대흥사 길을 오르다 보면 물소리를 들으며 올라갈 수 있도록 힐링 코스가 마련되어져 있다. 물소리 산 소리 따라 오르다 보면 피안교가 나오고 반야교가 나온다. 반야교를 지나면 두륜산 대흥사 일주문이 크게 반겨준다..

두륜산케이블카

두륜산케이블카 20분 간격으로 두 대로 운행하고 있다. 층층이 나무와 조리대가 인상적이다. 두륜산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운무에 가려 다도해와 맑은 날 한라산까지 보인다는 전망이 깜깜이로 바뀌었다. 전망대에서 30m 내려가면 해발 638m 고계봉(高髻峰)이 보인다. 해남은 13개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운무에 가려 다도해와 한라산은 보이지 않지만 그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2003년에 두륜산케이블카가 설치되어졌고 곡선을 풀어놓은 지방도로는 간선도로로 재배치되어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구름다리와 출렁다리가 생겨났고 기암괴석 사이에 안착한 정자가 호남의 정자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단지와 각종 편의시설이 군데군데 서 있다. 시골에서..

다산초당 – 천일각

다산초당 – 천일각 다향소축(茶香小築)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비가 쏟아지는 늦은 시간 오후 5시경 다산초당을 찾았다. 마당 앞에 차려진 차 바위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과 제자들이 환담하며 차담을 나누는 모습이 선명하게 묘사된다. 빗방울이 거센 가운데 우산을 쓰고 대나무 폭포 연못을 지나 동암(東庵)에는 2천여 권의 책을 소장해놓고 지인과 객을 맞이하며 견문을 넓힌 곳이기도 하다. 초의선사가 명당자리라고 한 천일각(天一閣)이라는 정자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강진만을 내려다보면 한눈에 선경으로 변하기도 한다. 비까지 촉촉하게 내려앉는 천일각이라 빗속을 뚫고 강진만을 향해야 하는 시야는 빗줄기에 그대로 잠긴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사색이 막힐 때 천일각에 올라 강진만을 내려다보면 시상과 더불어..

한길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한길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가야 할 길을 알고 가는 것이다. 그 길이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뒤로 가는 행보보다는 앞으로 달리는 행보가 더 낫기에 뒤돌아볼 틈도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바람은 쉴 곳을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바람은 기회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심어주기에 삶의 바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절망과 좌절로 인해 포기하는 일이다. 바람은 자연과 우주와 연결돼 있다. 언제든 도움을 청하면 달려오는 것이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다. 스스로 존재하면서도 스스로 존재하는 자를 놓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존재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면 다 같이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계절의 여왕 5월 – 생사의 기로

계절의 여왕 5월 – 생사의 기로 원인재 대로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늘어선 연초록빛 생명들로 가득하다.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죽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교사의 첫 발령을 마다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후 한길만 40년 이상을 달려온 여성이 73세의 나이로 심정지 되어 중환자실에서 이승과 결별을 했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욕실에서 쓰러진 후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무호흡 상태로 아들 하나, 딸 둘 그리고 지아비를 뒤로하고 생을 마감한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로 살아온 삶이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며 온갖 설움과 슬픔을 뒤로하며 끝내 호흡을 거두었다. 호흡의 경계는 생사의 경계이기도 하다. 죽는다고 다 죽는 것이 아니듯이 산다고 다 사는 것이 아니다. 죽음 속에서도 숭고한 정신이 살아나..

본연의 모습이 친구다

본연의 모습이 친구다 “깨달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지금 이 자리라고 말하는 것도 다 이유 있는 말이다. 본연의 모습은 태초부터 있었다. 본연의 모습은 태초부터 깨달아온 녀석이다. 본연의 모습은 자연과 우주를 통틀어 영적 세계까지도 다 포함하는 의미이다. 있는 그대로 보았다고 본연의 모습이 흔쾌히 받아주지 않는다. 태초부터 깨달아온 본연의 모습이기에 본래부터 있었던 모습이기에 별다른 흥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뒤늦게 깨달았다고 호들갑을 떨어봐야 야단법석처럼 시끄럽기만 하다. 본연의 모습은 모두의 친구이자 가장 친근한 동반자이기에 자연을 풀어놓고 시간을 풀어놓고 공간을 풀어놓아 우주를 가슴에 안고 있듯이 너와 나를 따로 구..

소금으로 생선을 절이면 짜다

소금으로 생선을 절이면 짜다 사찰 오르는 길 양쪽에서 화사한 꽃들이 반겨준다. 경제가 많이 어려운가 보다. 5월 5일이 어린이날이자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대웅전 앞 연등에 붙어있어야 할 소원성취 꼬리표가 작년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된다. 대웅전 법당을 한번 둘러본 후 내려가는데 종무소 앞에서 앵무새가 불러세운다. 여러 가지 음성을 흉내 내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정작 ‘나무아미타불’은 흉내를 못 낸다.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말해보라고 해도 시끄럽다며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꼬끼오’라며 외친다. 그러고 보니 앵무새가 날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쇠사슬에 묶여있었다.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다. 바닷물은 짜도 물고기는 짜지 않다는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