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이 춤이 될 때 아홉 사람이 나왔다. 한복을 입고말없이 섰다. 태산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데이미춤은 시작되고 있었다. 손끝으로치맛자락을 살짝 잡는다. 들었다. 놓았다.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치맛자락이 흔들렸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서로 다른 듯 움직이는데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무질서한 것 같은데질서는 더 깊어지고 있었다.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에틈이 있고왼쪽과 오른쪽 사이에도틈이 있다. 그런데그 틈이 비어 있지 않다. 그곳에서서로를 보고서로를 기다리고서로를 조절한다. 구분은갈라놓기 위한 것이 아니라관계를 만들기 위한틈이었다. 그래서 아홉 사람은아홉 사람이면서한 사람이었다. 각자의 몸은 달랐고각자의 움직임도 달랐지만호흡은하나였다. 정지 속에 움직임이 있고움직임 속에 정지가 있었다. 태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