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 2166

귀소본능

귀소본능 처음 있던 곳이 좋아서 마음이 끌릴 수 있다. 고난과 시련으로 좌절과 자괴감이 들 때 그러한 마음에 더 끌릴 수 있다. 다 함께 모여 행복을 노래하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보니 처음 있던 곳으로 가고자 할 수도 있다. 빗속으로 걸어간다는 것은 아픈 추억이자 행복한 발걸음이기에 비가 오면 가슴부터 적시는 줄도 모른다. 언젠가는 처음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형제들을 먼저 보내고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을 먼저 보내다 보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손가락이 먼저 다가오는 것이 있다. 형제들을 먼저 보내면 부모님께서 아파하시며 평생을 가슴에 묻어둔 채 화 덩어리를 가슴에 달고 사신다.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이자 인내의 한계를 자극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힘들다..

보이지 않는 발걸음

보이지 않는 발걸음 가고자 해서 가는 길이 아니다. 발걸음 닿는 곳에 마음이 있어서이다. 그 마음이 바로 보이지 않는 발걸음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는 발걸음을 이끈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자신의 의지로 분명 도착한 곳이었는데 뒤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끌려간 것이다. 이 우주는 전자기장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지만 반드시 이것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기적이 있다. 터무니없는 신화 같은 종교를 맹신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종교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를 믿어도 보이지 않는 손은 움직이고 있고 종교를 믿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손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믿음은 그래서 중요하다. 종교를 믿던 종교를 믿지 않던 ..

깨우침은 퇴적층으로 인해 이루어진다

깨우침은 퇴적층으로 인해 이루어진다 영감이 스치는 가운데 깨우침이 오는 경우가 많다. 바로 잡아야만 자신의 것으로 승화시킬 수가 있다. 오래 묵히는 것은 퇴적층이다. 내공은 쌓고 또 쌓아야만 이루어진다. 깊이 파고 들어가야만 가능하다. 한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적어도 수십 회 이상 파고들어 가야만 내공이 쌓인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말과 통한다. 바람은 흔들리면서 존재하듯이 내공도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아나가는 데 있다. 금강석 같은 마음도 결국은 내공과 오랜 세월의 합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내면에서는 수없이 흔들린다. 진공상태에서도 양자가 요동치듯이 흔들리며 존재하는 것이 우주이기..

옆에 있다는 것은

옆에 있다는 것은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늘과 땅을 움직일만한 능력은 안 되어도 기도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기도는 홀로 잘되기 위한 기도가 아니다. 다 같이 잘되기 위한 기도이기에 힘없는 기도일지언정 기도는 좋은 일이다. 상대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반성의 길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기에 누가 시켜서 하는 기도가 아니라 좋은 일이다. 행복했던 일이 추억에 남아도 좋고 슬퍼했던 일이 추억에 남아도 좋고 가없는 사랑으로 충만했던 시절이 추억에 남아도 좋다. 집중과 몰입의 극에 이르러서야 평안함이 찾아온다는 것은 수행의 극치이기에 이 또한 좋은 일이다. 정신적 깊이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주를 가를만..

채울 수 없는 마음

채울 수 없는 마음 바람은 처음부터 채울 수가 없다. 늘 빈 곳을 뚫고 지나는 바람이기에 채울 수가 없다. 잡는다고 잡히는 바람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선과 악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의 속성 때문이다.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는 바람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곳을 향해 눈을 돌리는 바람이기에 그렇다. 겸손과 교만이 충돌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람이 일으키는 공허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채울 수 없다면 잡으려고 하기에 생겨난 악이라서 그렇고 비울 수 없다면 놓으려고 하기에 생겨난 선이라서 그렇다. 선과 악은 공존하며 공존의 기술 아래 접속점을 찾아가고 있다. 부딪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충돌과 흡인력에 의해 튕겨져나는 반발력이 있기에 삶의 방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가을 흔적

가을 흔적 섬돌 위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을 부른다. 깊게 내면에 깔린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다. 잠시도 잊을 수 없는 흔적들이다. 걷고 생각하고 꿈속에서조차 불러내는 흔적들은 지울 수가 없다. 자연이 순수한 모습으로 그 모든 것을 드러내듯이 인위적인 몰입이 아니더라도 빠져드는 것이 흔적이다. 잡을 수 있으면 잡고 싶은 것이 흔적이다. 가을은 또다시 해를 거듭하며 손짓하고 있다. 우주의 품에 안겨 영원한 고요 속에서 잠들고 싶을 만큼 흔적은 깊고도 깊다. 2025년 9월 15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다른 느낌

다른 느낌 일상에 젖어 살다 보면 우주적인 경험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형용할 수 없는 기하학적인 우주적인 현상이기에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는 접근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호흡 같은 일상인데 누구는 일상에 젖어 살아가고 누구는 우주에 젖어 살아간다.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들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니 아름답다. 생각만 해도 감사하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느낌에 감사하고 호흡을 놓지 않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그 깊이를 알기에 함께 느끼는 것이다. 말로 하지 않아도 손을 내밀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삶은 이렇게 소소한 행복이 밀려들 때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크고 대단해야만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그 모든 것을 다 안아주기에 더욱 행복하다...

바람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는다

바람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는다 악을 악이라 부르지 못하는 강대국이 있다. 선을 선이라 부르지 못하는 약소국이 있다. 바람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부는 데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다 포용하는 것이다. 선을 비켜서 달리지 않고 악을 비켜서 달리지 않는다. 하늘에 대고 기도하면 선악을 가리지 않고 다 들어주는 데 문제가 있다. 악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모두가 선해질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선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면 모두가 선해질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하늘은 참으로 공평하고 현명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극이라는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위기와 불안 속에 가둬놓고 하늘의 시험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대재해로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행복이 오래가지 못하도록 삶..

참된 그림자

참된 그림자 그림자는 바람과도 같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음영으로 존재하고자 한다. 뒤에 있는다고해서 앞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그림자이기에 바람과 한 몸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법정스님이 성철스님께 선문답하듯이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그리 수행에 매진하느냐? 고 다시 말하면 깨달음에 매달려있느냐고 물어본 것이다. 저마다 타고난 성격이 다르고 주장하는 바가 다 다르니 그저 빙긋이 웃고 만다. 그렇다. 서로에게 주어진 임무와 환경이 다르다 보니 서로의 길을 방해할 수 없었다.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갔던 것이다. 두 분 다 유명세에 갇혀있었지만 발걸음은 자기 뜻대로 움직이며 살았다. 평생을 무..

한·일-한·미 정상회담

한·일-한·미 정상회담 낮은 자세로 임한다고 진짜로 낮은 것이 아니다. 상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회담에 임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정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에 결코 세간의 이목에 흔들리지 않는다. 말을 안 해도 느낌으로 아는 것이 있다. 두 정상 간의 만남은 느낌으로 서로에게 무장 해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2025년 8월 23일~24일 이재명 대통령께서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먼저 가졌다. 과거사 때문에 발목 잡혔던 안보와 경제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더 중요시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발맞춰 움직였던 것이다. 앞으로는 한·일 간의 안보 대처 능력과 경제협력이 매우 중요시되는 시기가 왔다. 미국이 늦게 투입되더라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