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는 허물을 덮는다 지팡이도 없이 한걸음 쉬어가며 한 호흡 내뱉는 할머니 한 분이 등산하듯 집을 향해 걸어가신다. 용현시장 뒤편으로 나 있는 수봉산 기슭에 위치한 빌라를 향해 오르고 계신다. 빌라와 주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지만 주택보다는 빌라가 더 많은 곳이다. 현수막엔 “숭의4동 재개발동의율 50% 달성”이라고 쓰여 있다. 보기 좋은 빌라와 오래된 빌라가 혼재해있어 극과 극을 달리는 곳이다. 재개발할 예정이라면 어느 정도 각오한 모습들이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암흑 같은 빌라지하층도 있다. 빌라 앞마당과 입구엔 쓰레기로 통행을 방해하고 있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가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석양이 드리운 중턱에 서서 용현시장을 바라보니 마치 황룡이 엎드려 날개를 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