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미는 허물을 덮는다

여백의 미는 허물을 덮는다

 

지팡이도 없이 한걸음 쉬어가며

한 호흡 내뱉는 할머니 한 분이

등산하듯 집을 향해 걸어가신다.

 

용현시장 뒤편으로 나 있는 수봉산 기슭에 위치한

빌라를 향해 오르고 계신다.

 

빌라와 주택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지만

주택보다는 빌라가 더 많은 곳이다.

 

현수막엔 “숭의4동 재개발동의율 50% 달성”이라고 쓰여 있다.

 

보기 좋은 빌라와 오래된 빌라가 혼재해있어

극과 극을 달리는 곳이다.

 

재개발할 예정이라면

어느 정도 각오한 모습들이지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암흑 같은 빌라지하층도 있다.

 

빌라 앞마당과 입구엔 쓰레기로 통행을 방해하고 있고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고양이가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석양이 드리운 중턱에 서서 용현시장을 바라보니

마치 황룡이 엎드려 날개를 펴고 있는 듯 하다.

 

그 뒤편으론 초고층 아파트가 산처럼 버텨주고 있고

사방을 둘러보면 재개발을 향한 의지가

강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에 완공한 용현시장 입구 철계단 교체공사 안내문이 눈에 띈다.

 

그런데 공사착공일은 둘인데 공사완공일이 보이지 않는다.

 

오타가 생긴 것 같다.

 

 

비석에 새겨진 글이다.

 

우리가

공사 했습니다.

 

공 사 명 : 용현시장입구 철계단 교체공사

공사착공일 : 2014. 08. 05

공사착공일 : 2014. 11. 27

설 계 자 : (주)청해종합기술공사

시 공 사 : 태윤종합건설(주)

감독기관 : 남구청(미추홀구청) 건설과

사 업 비 : 280백만원

 

 

2021년 1월 14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