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색소폰과 하모니카 연주
인천시립박물관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언제 부턴가 취미삼아 색소폰을 부는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금, 토, 일요일 밤 8시 이후에 시작하여 밤 10시 30분 정도에서 연주를 마치는 거리의 색소폰 아저씨이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고
선곡을 부탁하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색소폰 아저씨한테
결혼은 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언제부터 연주를 시작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연주는 2년 전부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선 미소로 대신한다.
폐활량으로 하느냐고 물으니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생김새는 과묵하며 체력이 뒷받침되어줄 만큼 튼튼하게 생겼다.
세워 논 노트북에 전자악보가 음을 타고 흐르는 사이 색소폰 연주가 시작된다.
전원은 시동을 켜논 소나타 차량에서 배터리로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한곡이 끝나자 돈을 주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시나 목이 마를까봐 차가운 커피나 따뜻한 커피를 건네지만
그럴 때마다 과감하게 거절한다.
자신이 준비해온 물 한 컵이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것으로 피로를 풀며
노천 관객들을 위해
또다시 색소폰을 부는 것으로 만족해한다.
관객들은 풀밭에 서있는 바위에 앉아 듣기도하고
차량에 기대어 듣기도 하고
주차장 보도블록에 걸터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듣기도 한다.
취미삼아 연주하는 아마추어치고는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대단하다.
오늘은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자신도 하모니카를 취미삼아 불기 때문에 협주를 함께하면 어떻게 느냐고 제의를 하자 하모니카 소리가 색소폰소리에 묻힌다며 한마디로 거절한다.
색소폰소리를 멀리서도 듣게 하기위해 전자음향을 설치하였기 때문에
소리가 묻힌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색소폰 연주가 끝이 날 무렵
기어코 하모니카 연주를 하겠다며 협조를 구한 뒤 홀로 연주를 시작한다.
취미삼아 부는 하모니카 연주도 취미삼아 부는 색소폰 못지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전자음향에 묻혀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하모니카 소리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미미하게 들린다.
멋과 낭만이 흐르는 곳…
청량산 솔밭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달빛도 함께 내려와 선율에 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감동시킨다는 것은 역시 좋은 일이다.
송도 길거리 작은 쉼터인 노천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인 것이다.
거기에다 청량산위로 떠오른 달빛과 아암도에서 날아오는 레이저쇼 능허대 축제(2008년 9월 27(토요일) ~ 9월 28일(일요일))가 시작되는 축제의 마당이 함께 어우러질 때면 축제의 분위기는 극에 달하기도 한다.
청량산 아래 인천시립박물관 야외음악당에선 9월과 10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누구의 발상인지는 몰라도 전국적으로 축제의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어렵고 힘든 가운데에 펼쳐지는 축제이기에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선 좋은 일이기도 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라고 했던가?
그래도 주고받지 않으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기에
오늘도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얻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아야한다.
가을바람이 선선하다.
2008년 9월 27일 토요일
송도 인천시립박물관 주차장에서 거리의 색소폰과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