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수행자의 부정의식

청아당 2008. 10. 2. 10:19

수행자의 부정의식

 

현실과 이상을 둘로 나눠보는 것이 수행자이다.

현실을 자신과 별개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자신을 별종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적응할수록 수행자의 길과는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분명히 현실 속에 살면서 현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량 같은 선비처럼

자연을 읊조리고 멋과 낭만을 이야기하며

꿈과 이상만을 향해 나아가고자하는 것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수행을 한들 그 속에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결국은 현실과 하나가 되어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을

꿈속에서 꿈은 꿀 수 있어도

현실이 되지 못하듯이

현실 속에서 꿈만 꾼다고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보아라!

현실을 벌레 보듯 무시하면서도 현실 속에서 화려한 종교생활을 하는 지도자들을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자신을 별종으로 취급하면서 남들과 다른 존재의식을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위주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비워내야만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집착도 번뇌도 모두 내려놓아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현실이다.

아니 산다는 것은 꿈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현실 속에서 먹고 살려면 수행에만 매달려서야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집착이다.

집착을 하지 않으면 목숨조차 부지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정신적인 집착이든

물질적인 집착이든

그 누구든 집착을 통해 자신을 성장 발전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집착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람을 들어보지 못했듯이

집착은 깨달음의 원동력이자 삶의 활력소인 것이다.

이제부터 현실을 이상과 나눠서 바라보지 말자!

현실과 이상은 하나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현실 속에서 이상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자!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밥이라도 얻어먹는 것처럼

제대로 된 수행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집착을 해야 한다.

집착을 멀리하려는 수행자일수록 집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어중간한 집착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사는 일이 양면성이 있다 보니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리게 되어있다.

경제용어로 기회비용이라는 말로 통하고 있는 것이다.

기회비용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세속의 학문을 무시하지마라!

고상하고 심원한 철학적인 서적만 학문이 아니라

발을 딛고 서있는 현실적인 학문이 바로 깨달음의 장이자 인 것이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10년 후에 느낄 수도 있고

한순간에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깨닫고 못 깨닫고는

순전히 자신의 몫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별종으로 취급하지 말고

평범한 한 인간으로 생각하면서 수행하라는 점이다.

모두 다 한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한 생각으로 우주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차별화된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삶은 혁명이고 변화이기 때문이다.

변화 없는 자연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처럼

도시 속에서 변화되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아야만 한다.

신비는 딱 한번이면 족한 것이다.

평범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신비가 더 신비로운 것이다.

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느끼는 것도 역시 아름다운 일이다.

깨닫는 것은 더 아름다운 일이다.

자연을 보고 깨닫는 것이나

도시를 보고 깨닫는 것이나

깨달음에는 경계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경계 없는 깨달음을 얻고자한다면 구분을 두지 말아야한다.

현실과 이상을 둘로 나눠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이 되어야만 진정한 삶인 것처럼

현실을 등에 지고 깨닫는 깨달음만이 진정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리고 허공 속에 떠있는 깨달음은 투명한 유리벽 속에 갇혀있는

진열품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2008102일 목요일

 

수행자의 부정적인 의식을 대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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