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길을 걸어도 흔적이 남아있다면 걷는 길이 힘들 것이다. 추억으로 묻어나올 수 있기에 그렇고 꿈속에서 생생한 모습으로 묻어나올 수 있기에 그렇다. 만남과 이별은 힘들 수밖에 없다. 똑같은 길을 걸어도 애잔한 마음으로 걸어야 하기에 진폭은 크고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 걷어낸다고 걷어낼 수가 없기에 꿈속에서 또 다른 만남을 통해 각인된 추억으로 중첩되기도 한다. 당장이라도 허공을 가르고 싶지만 허공을 잡는다고 잡힐 허공이 아니기에 산과 바다로 버티며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그렇게 천년을 하루처럼 쓴다. 하루가 천년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깊이가 하늘과 땅을 움직이기에 그렇다. 산이 그렇게 존재하는 것처럼 바다가 그렇게 존재하는 것처럼 스스로 존재하는 자처럼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