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데
바람이 한 번 불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간다.
아니 일 년이 눈 한 번 감는 동안에 흘러간다.
언제나 그곳에 서있을 것 같은
세월도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거리에 가 있다.
그렇다.
숨소리조차 죽여 가며
바람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청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는 바다를 가르고 있고
송도경제자유구역 안에는 초고층빌딩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있다.
전에는 없던 그림자들이
새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겉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감동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안으로 들어가 보면
손에 쥘만한 것들이 하나도 없다.
뒤돌아서면
손에 쥘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숱한 세월들이 모여 이루어진 현실이지만
눈 한번 감았다 떠보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거친 호흡을 달래가며
달려보아도
뒤돌아서면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달려가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우리는 지금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우리도 함께 달려야만 한다.
바람이 멈추면
우리도 함께 멈춰야만 한다.
혹한의 날씨 속에서 찬바람을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가끔씩은 정신이 들 정도로 찬바람을 맞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곳은 언제나 변함이 없는데
세월이 빙빙 돌며 어지럽게 하고 있다.
2008년 12월 13일 토요일
청량산 정상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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