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소쇄원(瀟灑園)

청아당 2008. 10. 5. 22:03

소쇄원(瀟灑園)

 

거연정과 농월정, 군자정,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을 지나 환벽당과 식영정을 지나면

광주댐을 배경으로 서있는 것이 담양 소쇄원(瀟灑園)이다.

계곡에 맞닿아 있는 것이 광풍각(光風閣 ; 비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사랑방)이요,

그 위로 비 개인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제월당(霽月堂 ;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란 뜻의 주인집)이 청량한 바람을 일으키며 내려다보고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대나무 숲이 우거지고

하늘이 내린 천연의 자연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소쇄원인 것이다.

초가로 세운 대봉대(待鳳臺)와 연못이 있고

계곡을 걸쳐 서있는 오곡문(五曲門) 담장 밑으로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고 있다.

여름을 식히는 댓잎소리가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드는 광풍각 계곡사이에는 다리가 놓여져 있기도 하다.

소쇄원은 한국적인 가장 한국적인 멋과 낭만을 축소시켜놓은 정원이다.

예술의 고향을 연출이라도 하는 듯

정자가 줄지어 서있는 곳이기도 하다.

풍류를 알려면

계곡과 폭포를 알아야하고

그리고 정자를 알아야한다.

정자를 알려면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의 운치를 익혀야한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히기 위해 갓을 석벽(石壁)에 걸쳐놓고

백우선(白羽扇) 날리며

경포대의 노송보다 아름다운 수백 년 된 솔바람을 맞는 식영정이야말로

관동팔경의 하나인 죽서루 다음으로 꼽을만하다.

관동팔경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다면

전라도에 자리 잡은 정자는 곡창지대와 계곡을 배경으로 서있다는 점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단출하고 품위 없는 정원 같지 않은 소쇄원이지만

이름 지어 자연의 정원이라고하면

그대로 정원이 되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구름처럼 몰려드는 나그네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소쇄원은 자연의 정원인 것이다.

그리고 너의 정원이기도 하고

나의 정원이기도 하면서

자연의 정원이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하나였듯이

소쇄원은 너와 나의 구분을 두지 않는 경계를 허무는 장소로 유명하기도 하다.

무엇이 그토록 유명하게 했는지는 몰라도

발걸음이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감동이 이어지게 되어져있다.

길은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자

바람 따라 길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길 위에서 길을 묻듯이

소쇄원은 소문에 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는 것이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시선을 잡아끌고

담양읍을 감돌아 흐르는 담양천 북쪽 제방에 조성되어

남산리 동정마을에서 수북면 황금리를 거쳐

대전면 강의리까지 2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는

관방제림 위로 자리 잡은

대나무 고장 죽녹원(竹綠苑)의 운수대통길이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달려야한다면 달려야한다.

손에 손잡고 달려야만 한다.

소쇄원이 궁금해서 달려온 것이 아니라

배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명옥헌(鳴玉軒)이 궁금해서 달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은밀한 길 위에 서있는 면앙정에서 남녀가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러 달려올 수도 있는 것이다.

홀로 달려오는 것보다는

지기(知己)를 만나 부부와 함께 달려오는 것이 더 멋스럽고 안정감 있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여행길에서

천릿길을 오가는 침묵보다는

천릿길에서 나누는 대화가 더 아름다운 것처럼

밤길을 헤매며

웃고 떠들고

소리 내어 파안대소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2008103일 금요일

 

소쇄원(瀟灑園)은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중기의 대표적인 원림(園林)으로 우리나라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절의가 풍기는 아름다움이 있다.

친분이 있는 사업가 이동건씨 부부와 함께 소쇄원을 다녀와서...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