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집착

청아당 2008. 1. 8. 17:25

집착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홀가분하다는 것이다.

길 위를 걸을 때나

산을 오를 때

빈손으로 올라가는 것은

짐이 무거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몸으로 들고 다니는 것은

가볍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마음으로 들고 다녀본 사람들은

느끼는 일이지만

허공에 대고

수없이 기도하고

기도한 후에라야

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몸보다

마음으로 들고 다니는 것이

더 무겁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착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집착하면 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집착을 해야

살아갈 수가 있다.

이 얼마나 역설적인 이야기인가?

집착하지 말라고

입이 닿도록 말을 하는데

오히려

집착을 해야 살아갈 수 있다니

집착은 삶의 원동력이다.

집착이 없다면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아라!

공부를 하는 것도

목표를 세우는 것도

그리고 먹는 것조차

집착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집착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산속에서 수련을 하든

세속에서 사회생활을 하든

집착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집착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스님이든

목사든

그리고 성자든

집착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집착을 하면서 집착을 하지 않은 것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한마디로 없다.

고요 속에서조차

집착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착을 하면서도

자신은 집착을 안 하고 사는 것처럼

그렇게 말은 할 수가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방금 식사를 해놓고

배고프다고

또 밥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분명히 먹었지만

자신은 안 먹은 것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0818일 화요일

 

집착에 대해...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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