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잡아도 잡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놓아도 놓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잡았다 싶으면
달아나고
놓았다 싶으면
다시 다가와 안부를 묻는
신묘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깨달음으로도 가둬둘 수 없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이다.
마음은 우주를 들었다놓았다할 정도로
큰 힘을 지녔는가하면
바람조차 귀찮아할 정도로
힘들어 하는 것이 마음이기도 하다.
생로병사는
누구나 겪는 일상의 과정이다.
깨달았다고 해서
생로병사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겪어야할 일인 것이다.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정을 느끼고
따뜻한 미소를 느낀다.
그리고 마음은
액체가 되기도 하고
기체가 되기도 하고
고체가 되기도 한다.
마음은 대나무처럼 유연하게 휘어지기도 하고
바위처럼 굳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지금껏 마음을 잡았다는 사람이 없다.
마음을 잡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마음을 잡은 것이 아니라
집착을 잡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에 대해 확연하게 깨우치는 사람은 없다.
마음에 대해 말하는 순간
마음은 이슬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마음은
자연이다.
그리고 자연위에 세워진 도시의 문명이다.
우리들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마음의 부산물이
자연이고 도시의 문명이라는 뜻이다.
자연을 알고 도시의 문명을 알면
마음이 보인다.
그러나 마음은 순하디 순한 자연도 아니고
격동의 세월 속에서 자란 도시의 문명도 아니다.
마음은 자연을 움직여놓았고
도시의 문명을 세워 놓았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마음은
이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이보다 더 큰 힘으로 존재한다.
미래가치가 높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사후세계를 현실로 옮겨놓을지
우주를 통째로 파괴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이다.
마음은 종교를 탄생시키고
과학을 탄생시키고
철학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정치를 탄생시켰다.
정치게임은 즐기는 사람들의 몫이다.
대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미묘한 암투는
우리들의 생각을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팽팽하게 긴장감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살아남지 못하면
추락해야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정치만큼이나 치열하고
자연만큼이나 온순하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마음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마음은 변화를 좋아하고 있다.
변화는 150억년을 달려온 우주조차도
손을 들 정도로
몸서리를 치고 있다.
변화 속에 숨겨진 마음을 찾아낸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인지도 모른다.
마음은 변화를 아는 일이다.
아니 변화가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것이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사를 알아야하고
우주의 역사를 알아야한다.
이 얼마나 광대하고 심원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을 아는 일에 포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끝도 없는
변화에 주눅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내면으로 들어가서
마음의 존재를 끄집어오라는 데에 있다.
형체도 없는 것을
찾아오라니
그 누가 찾아올 수가 있겠는가?
밖에 있는 것도 알기 어려운데…
마음은 안팎을 자유롭게 다니기를 좋아한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자신이 잘 다니는 길목이 있게 마련이다.
마음을 잡으려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마음을 통째로 잡는 것이 아니라
몸체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마음의 그림자만 잡으면 된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명쾌한가?
마음은 호흡 속에 있다.
마음을 잡으려면 호흡을 해야 한다.
아니 호흡을 통해 명상을 해야 한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호흡을 통한 명상이 선행되어져야한다.
마음을 깨우친다는 것은
호흡을 깨우친다는 말과 같다.
날마다 하는 호흡을 따로 깨우칠 필요가 있겠는가고
의문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같은 호흡도
느낌이 다르고
방법이 다르고
질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면
그 의문은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남과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깨우침이 빠르다는 뜻이다.
의미 없는 곳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혜안은 내면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여
마음을 조정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원격조정 장치처럼 마음만 잘 컨트롤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깨우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우리에게 소중하고 귀한 것만은 사실이다.
마음이 없다면
넋이 있을 수 없고
영혼이 있을 수가 없다.
우주를 꿰뚫을만한 혜안이 필요할 때이다.
마음을 찾는 일은
보는 일이다.
그리고 관찰력이다.
기획을 하듯
세부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일심으로
우주 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한다.
하나에서 전체로 가는 길은
능숙하게 해온 일이지만
전체에서 하나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길로 가는 길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오직 한길을 향한 집념으로
똘똘 뭉쳐야한다.
가다보면 길이 보이고
혜안이 열린다.
묵묵히 침묵으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자연과 대화를 할 수가 있고
우주와 대화를 할 수가 있다.
침묵 속에서
내면에 잠든 자신을 깨우는 일이
쉬운 일이겠는가?
수없이 문을 두드리고
지쳐서 잠이 들 때도
문을 두드려야만 한다.
하늘이 감동할 정도의 노력과 정성이 있다면
그리고 반드시 이루겠다는 집념이 있다면
깨달음은 다가와 안부를 물을 것이다.
결국 설득을 통해 협상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마음을 찾는 일은
명상으로 되는 일도 있지만
명상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호흡법이 뒷받침되어야한다.
우리에게는
침묵 속에 감춰진
우주를 뒤흔들만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넘쳐야
힘이 솟고
강력한 행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찾는 일은
내면의 여행을 하는 일이다.
끝도 없는
우주를 여행해보아라!
얼마나 장쾌하고 멋있는 현상들이 있겠는가?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도
더 멋지고 아름다운 현상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면
믿겠는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영상세계와 음향세계
그리고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침묵의 언어까지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는
내면의 세계가 부럽지 않은가?
보는 것은 배우는 것이다.
느끼는 것은 깨닫는 것이다.
보고 느끼고 깨닫는다면
그보다 더 보람되는 일이 있겠는가?
말로만
생각으로만
깨달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마음으로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다.
단순히 명상으로만 깨닫는다면
의미가 감소될 수 있지만
사선(死線)을 넘나들며
극한의 인내심을 통과한 곳에서
느끼는 장엄함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의 깊이가
어디까지 연결되어져 있는가를 아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자신을 던질 만큼
준비되어져있는 수행자는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바로
고통의 깊이를 안다는 것과 같다.
아니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공부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과 같다할 수 있다.
알고 가는 길은
그래서 여유가 있는 것이다.
무작정
의미 없이 심신만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줄을 타고 건너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절정에 다다를 때
나타나는 리듬감은 호흡의 생명이요,
깨달음의 맥이다.
하루 종일 수련에 임해도
지치지 않고
수행이 가능하다면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깨달음에도 임계온도가 필요하듯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생각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에너지 밭에서
우주적인 현상을 경험하고
현상너머에 있는
극한의 초월성과 목표점에 도달할 때
굳게 닫힌 신비의 우주 문이 열리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영겁의 세월을 말할 수 없고
오가는 흔적조차도
깨울 수 없는
고요의 극점만이 손을 흔들 수 있는 곳이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침묵의 가장 안쪽
손만 대만
우주로 연결되어지고
감성이 폭발하는
원초적 느낌만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다.
우주의 빛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고요의 극점을 흔들어 깨우는 순간
당신의 눈은
깨달음과 입맞춤을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식이나 생각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깨달음의 세계와 만날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마음을 찾는 일이자
우주적인 시야를 획득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이 있는 곳에
깨달음이 있고
깨달음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가야 깨달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눈만 뜨면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이다.
생각은 의식세계를 대변하지만
마음은 무의식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생각으로 호흡을 하지만
마음으로 문을 열지 않으면
깨달음의 문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은
마음의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마음만 열린다면
깨달음의 세계는 저절로 열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깨달음보다도 더 중요한
현실이 있다.
그리고 깨달음으로도 잡을 수 없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깨달음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다.
오직 현실 속에서 견뎌낼 수 있는 삶이 가장 중요할 뿐이다.
2008년 1월 7일 월요일
마음을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