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돌아서면 처음 대하는 용어들을 숙지해 가면서 숨 가쁘게 접근성을 키워나갔다

청아당 2024. 10. 29. 10:05

돌아서면 처음 대하는 용어들을 숙지해 가면서 숨 가쁘게 접근성을 키워나갔다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음지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설과장은 전기안전관리자이자 소방안전관리자(보조)이자 승강기안전관리자이다.

거기에다 모든 시설을 담당하고 있다.

 

전기실과 기계실 그리고 방재실을 도맡아 담당하면서 연륜으로 시설에 관련된 업무를 해오신다.

 

신축주상복합건물이다 보니 최첨단 장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작년 처음에는 수백만 원이 넘는 무료교육만 받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시설물을 인수·인계받아야 했기에 의무적으로 받아야만 했다.

 

돌아서면 처음 대하는 용어들을 숙지해 가면서 숨 가쁘게 접근성을 키워나갔다.

전기부터 기계, 소방, 통신, 건축과 설비 등 수많은 전문용어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한마디로 축소판으로 종합세트적인 개념이다. 그것도 단시간에 많은 것들을 입력해야 하니 그리고 수많은 업무와 병행하면서 접근해야 했기에 그 어려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처음 가는 길은 낯설고 새롭고 어려운 일이다.

 

관리소장과 시설과장이 함께 받는 교육이라 행정, 사무, 하자보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서류 정리부터 각종 공고문과 안내문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거기에다 시행사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입주가 시작되어 입주증과 세대 시설물 인수확인서, 선수관리비(관리비 예치금) 등 각종 업무를 해내야 하기에 밤낮으로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실시간으로 걸어 다니는 CCTV의 통제(시행사 직원이 시행사 본사로 관리소장의 업무보고)를 받아 가면서 투명한 윈도우에 갇혀 일하는 꼴이다. 그에 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정리해 나갔다. 숨 쉴 틈 없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감시를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업무를 보다 보면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원격검침이 정답 밀리듯 한 칸씩 밀려서 검침 되어져 있거나 상가 67개 호실 FCU(팬코일유닛-냉난방장치) 결선도가 전부 잘못되어져 있어 일부 호실에서는 폭탄 요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원격검침 전문가가 와서 원격검침 문제점을 10일 이상 작업하여 정상적으로 잡아놓았더니 3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7개월 이상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인 경우 1동 전체 열량계가 지침 0을 가리키며 처음 그대로 있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설비팀을 불러들여 정상적으로 다 처리해 놓기도 했다.

 

세대끼리 전기결선도가 랜덤화(바뀌어져 있음)되어져 있어 입주자는 공실 요금을 내고 공실은 입주자 요금을 내야 하는 형태이다. 명백한 하자인데도 시행사에서는 6개월이 넘도록 세대끼리 부담하라며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 난방비의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전기결선도 잘못은 인정을 안 하는 것이다. 물론 공문서에다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도 깜깜무소식이다.

 

지하주차장은 누수로 인해 외제차들이 줄지어 피해를 보고 있고 영구배수배관은 역 배관하여 수중펌프가 고장났을 때 교체 불가로 시공해 놓았다. 10개월이 다 되어서야 역 배관을 정상적으로 해놓았다.

 

소방 주 펌프 밑으로 물이 새어 원인을 잡았고 수도사업소에 수도계량기를 의뢰한 결과 수도계량기 불량으로 판정받아 수도 요금만 1,200만 원 이상 감면받았다.

 

시설과장을 비롯하여 직원들이 나서서 원인을 잡아주었기에 그나마 빠른 일 처리가 가능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행하는 일이기에 신속하면서도 창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다 보니 일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 같다.

 

시행사의 시공 문제를 일부러 잡아내기 위해 잡아내는 것은 아니다.

 

업무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터져 나온다.

 

그만큼 허술한 시공 능력과 설계 도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죽하면 설계하자, 시공하자, 시행하자라고 말하겠는가.

 

모든 것이 다 마치 초보자가 시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 입장에서 보아도 이러는데 더 전문적으로 파고들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틈만 나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시행사에서는 알고 싶어한다.

 

입주자대책위와 상가관리단의 암묵적인 움직임을 미리 알고 싶어 더 그러는 것 같다.

 

20241029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