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미로와 화엄일승법계도(법성게)

청아당 2022. 4. 25. 22:03

미로와 화엄일승법계도(법성게)

미로는 깜깜한 밤길을 걷는다면 
법계도(법성게)는 환한 대낮을 걷는 것과 같다. 

법(法)으로 시작하여 불(佛)로 끝나는 법계도(법성게)이다. 
미로처럼 얽히고 얽혀있지만 빛을 따라 걷다보면 
약사사 약사전 앞에서 진을 펼치듯이 
수인을 달리한 4분의 부처가 사방을 향해 등대고 앉아있다. 

스님이 의상대사의 법성게(화엄일승법계도)를 
그대로 재현하여 국내 유일하게 
빛으로 출발하여 빛으로 끝나는 길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빛은 늘 환한 모습을 보인다. 
어둠은 늘 어두운 모습을 보인다. 
빛과 어둠은 양면성이 있어 
빛이 어둠이 되기도 하고 어둠이 빛이 되기도 한다. 

스님이 화엄일승법계도에 물을 뿌리고 있다.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출발지점에서 시작하여 끝지점까지 막힘없이 흘러 
통로를 만들며 우주의 삼천대천세계와 통하고 있다. 

그렇다. 
알고가는 길은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 한바늘로 꿰어낼 수 있는 통로인 것이다. 
그것도 우주적인 길이자 생로병사을 한손에 쥐고 있는 경계없는 경계에 서 있는 것이다. 

분명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고 
죽어도 살아 있는 것이기에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닌 것이다. 

그 속에서 놀다보면 경계가 사라져 
법당을 내집처럼 드나들거나 사찰경내를 자유자재로 곡선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산아래에서 산중턱까지 거침없이 달리기도 한다. 

숨막힐 정도로 대웅보전과 극락전을 드나들거나 
극락전과 미타전, 지장전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미타전과 지장전은 봉안당이다. 그리고 수목장도 있다. 
생사가 하나로 굳어진 곳이다.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찾아오는 가족들과 하나가 된 것이다. 

어쩌다봐야 인사를 하는 것이지 
날마다 보는 부처상은 친근하여 따로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 
눈인사면 충분한 것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이지만 삶도 죽음도 그 자체로 하나인 곳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같고 죽어도 살아 있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가야할 길은 하나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뛰다보면 
이마와 등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로 흠뻑 젖어버린 
흙먼지 날리는 하루를 마감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아름다운 연서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 
내 전생이라는 말 
둘이 가야할 길이자 함께 달려야할 길이기도 하다. 

꼭 반드시 만나야할 사람은 
어떤 길을 통해서 가도 만나게 되어있다. 

2022년 4월 25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