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여행

청아당 2008. 3. 17. 12:31

여행

 

길이 좋아진다는 것은

기술이 좋아진다는 말과 같다.

전에는 걷지 못했던 길을

지금은 걸을 수가 있는 것이다.

아니 걷는 것이 아니라 달릴 수가 있는 것이다.

여행도

과거보다는

현재가 편하고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편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없던 길이 생겨나고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길을

걸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라만 볼 수 있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고

깨달아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전에는 대관령을 넘으려면

멋과 낭만을 연상시키는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야하지만

지금은 산을 뚫은 터널로 달리면 된다.

편한 만큼 희생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자연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땅을 파헤쳐 터널을 내든지

공중에 길을 내든지

아니면 바다에 길을 내든지

발길 닿는 데로

달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길을 덜 낼수록 자연은

고마워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위해

더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보는 것이다.

여행은 느끼는 것이다.

여행은 깨닫는 것이다.

아니 생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이다.

진솔한 삶은 여행을 통해서 이루어지듯이

여행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는 것이다.

목적 없이 걸어도 좋다.

하지만 목적을 정해놓고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역사가 보인다.

유적지를 살펴보고 사적지를 살펴보는 일만으로도

과거의 생들이 보인다.

과거의 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활상으로 살았는지를 유추해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것은

목숨을 연명하는 일이다.

예나지금이나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똑같다.

다만 삶의 질이 달라지고

좀 더 편리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과거보다 더 치열한 삶을 살아야한다는

무거운 짐만 더 늘어났을 뿐이다.

선진국이 될수록

등에 진 짐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건도 더 까다로워지고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삶의 풍요를 느낄 수는 있다.

얼마나 더 발전되어져야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나 더 파괴되어져야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행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를 느끼는 것은

사람이지

자연이 아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사람이요,

위기를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문제를 만들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람들인 것이다.

여행은

문제를 풀기도 하지만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갇혔던 마음을 풀 수 있는 바다를 향해

마음을 던지면

마음이 뚫리는 것이 아니라

메아리처럼

새로운 문제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다.

멋과 낭만은 잠시뿐이다.

또 다시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문제의 연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한마디로

문제없는 삶은

살아가야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듯이

문제투성이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문제를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당당하고 멋지게

헤쳐 나가자!

어차피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산꼭대기를 향해 거대한 바위를

영원히 밀어 올려야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밀어 올리자는 것이다.

여행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멋과 낭만을 생각하며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전에는 걷지 못했던 길을

지금은 걸을 수 있듯이

그렇게 걷자는 것이다.

걷고 또 걷다보면

미래에는

더 많은 길을 걸을 수 있듯이

그렇게 걸으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삶은 여행이다.

여행 없는 삶은 삭막할 수밖에 없다.

무작정 걷는 여행이 아니라

목적 있는 여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막혔던 삶이 뚫리듯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자는 것이다.

수없이 달려온 삶이

소중한 것처럼

수없이 달려야할 삶도

소중한 것이다.

그 끝이 보일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살아만 있다면

전에 보지 못했던 삶이 보이고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길이 보이는 것이다.

여행은 단지 기분을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수없는 명상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지역과 국가의 특성을 파악하며

삶의 깊이를 다듬는 것이다.

똑같은 길을 달리는 영동고속도로라 할지라도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세월에 따라 차창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바람이 다른 것이다.

삶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똑같은 삶은

모두가 싫증을 내는 것처럼

나만의 독특한 삶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만

마음에다 담아오는 감회는

서로가 다른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즐거움인 것이다.

자신의 눈높이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참삶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경쾌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 말이다.

사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꽉 막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삶도

길이 뚫릴 때가 있는 것이다.

참고 인내하며

여유 있게 기다리다보면 새로운 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꽉 막힌 삶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315일 토요일

 

정동진을 거쳐 속초에서 새 섬을 바라보며...

 

청아당 엄 상 호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은 길을 만든다  (0) 2008.05.30
계절의 여왕 5월  (0) 2008.04.30
불사조  (0) 2008.03.09
뇌졸중  (0) 2008.03.07
깨달음보다 중요한 것이 삶이다2  (0) 200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