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불사조

청아당 2008. 3. 9. 14:11

불사조

 

쓰러져도

넘어져도

엎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불사조이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불사조인 것이다.

불을 뿜고

활활 타올라야만 불사조가아니라

짓밟힌 잡초라 할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만 있다면 불사조인 것이다.

사는 일은 불을 뿜고 사는 일이다.

사는 일은 악을 뿜고 사는 일이다.

사는 일은 한을 품고 사는 일이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면

그것이 불사조인 것이다.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

불사조인 것이다.

죽기 전에는 불사조인 것이다.

얼마나 더 살아야 죽을 수 있는지

얼마나 더 멋있게 살아야 죽을 수 있는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의 끝에서

삶의 행로는 시작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는 일은 불사조이다.

불사조가 아니면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도

불사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불사조인 것이다.

고민하고 슬퍼하고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힘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불사조라는 점이다.

마음먹은 데로 세상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 놓고 죽을 수도 없는 일이다.

마음 놓고 살아라!

귀공자처럼 아름답게 살아갈 운명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면 되고

백수처럼 천대받으며 살아갈 운명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면 되고

천직으로 일에 몰두하며 살아갈 운명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불사조는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죽을 수 없는 것이 불사조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길에서

불사조라는 이름으로 응고된 삶

우리에게 불사조는

삶이 아니라

한이고

영원한 생명이다.

달려라!

앞만 보고 달려라!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그 끝이 보이지 않겠는가?

아무리 달려도 죽지 않는 불사조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한

마음 놓고 달려도 좋다.

 

200839일 일요일

 

불사조에 대해 생각하며...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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