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無所有)
잡고도 놓을 수밖에
없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바람
몸통은 보내고 흔적만 잡고 있다면
소유하지 않고도 소유할 수 있다.
무소유라고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소유하지 않는다고 오해하면 안 되듯이
무소유란
소유하면서도 소유하지 않아야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잡지
않으면 허전해서 몸 둘 곳을 몰라 하는 것처럼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만 지닐 수 있다면
무소유에 대해 따로 논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자연처럼 사는 사람조차도
소유하면서 살아가게 되어있지만
항상 홀가분한 상태로
언제든 떠나보내도
좋다는
눈인사로 답할 줄만 안다면
소유하면서도 소유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모든 것을 놓고 무소유를 부르짖기
위해
명상에 들어도
침묵 속에서조차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 소유이다.
더구나 세월이 오갈 때
무소유를 고집하도록 그냥
놓아두지 않는 것을 보면
살아가면서 눈감을 때까지 무소유를 실천하지 못한다고
고뇌에 빠져들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무소유는
소유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 속에서 무소유를 건져내는 지혜이기에
잡으면서도 놓을 줄 아는
여유만 지니고 있다면
무소유는 저절로 다가와 안부를 물을 것이다.
2004년 3월 8일 월요일
무소유에
대해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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