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 – 생사의 기로
원인재 대로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늘어선 연초록빛 생명들로 가득하다.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죽음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교사의 첫 발령을 마다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후
한길만 40년 이상을 달려온 여성이 73세의 나이로
심정지 되어 중환자실에서 이승과 결별을 했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욕실에서 쓰러진 후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무호흡 상태로
아들 하나, 딸 둘 그리고 지아비를 뒤로하고
생을 마감한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로 살아온 삶이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며 온갖 설움과 슬픔을 뒤로하며
끝내 호흡을 거두었다.
호흡의 경계는 생사의 경계이기도 하다.
죽는다고 다 죽는 것이 아니듯이
산다고 다 사는 것이 아니다.
죽음 속에서도 숭고한 정신이 살아나거나
삶 속에서 치부의 막장까지 드러난 경우가 있다.
숲속바위쉼터에서 호흡을 가다듬다 보면
봄이 오기 전에 생명이 태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겨울은 봄을
봄은 여름을
여름은 가을을
가을은 겨울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우주는 준비성이 강하다.
사전에 전조현상을 미리 알려주지만
둔감한 우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람은 멈추지를 못한다.
가야 할 곳을 가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곳이 험난한 여정이라도
가야 할 곳이 있다면 끝까지 가는 것이 바람의 속성이다.
바람이 가벼운 탓도 있지만
삶의 원동력이 바람이기에 달리 막을 길도 없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하여
말릴 틈도 없이
가야 할 길을 가고 있다.
2025년 5월 12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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