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라 불린 사람 - 前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을 읽고 나서
하늘이 내린 사람은
죽고 싶어도 마음대로 죽을 수가 없다.
민초들의 마음 안에 서있는 사람일수록
고난과 시련 그리고 역경이 많지만
불의에 굴하지 않고 사선(死線)에 서서
현직 대통령을 향해 불호령을 내리거나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예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경제를 일구어나가면서도
독재를 향한 권력은 놓을 줄을 모른다.
한 번 온 인생 최대의 기회이기에
또다시 수천 년 이상의 세월을 기다리기에는
지겨운 일이기도 하지만
윤회의 수레바퀴가 어디에서 멈출지 모르기에
부정부패를 가슴에 안고
불나방처럼 뛰어 들어 온몸을 불사르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부활을 꿈꾸기에는
현실이 너무도 달콤하여
군화와 포성으로 민주주의를 탄압하며 강하게 누를 수밖에 없다.
권력은 꿀보다 달콤하고
솜사탕보다 더 맛있기에
권력을 향한 꿈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는 동시에
강력한 힘으로 존재하고 있다.
무엇이 그토록 권력을 쥐게 만드는지는 몰라도
연인보다 더 사랑스러운
신(神)의 자리이기에
민초를 밟으면서까지 왕권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잡는다는 것은 굴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지만
놓는다는 것은 굴레 밖에서 휘파람을 불며
피리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인생이 붙박이 장 같은 삶이라고는 하지만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는 고정된 삶이 있는가하면
옮기지 않고 싶어도 옮길 수밖에 없는 변동된 삶이 있다.
얼마나 더 고난과 시련을 겪어야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끝없이 펼쳐진 구름 속에 갇혀
숨조차 마음 놓고 쉴 수 없도록
명성과 죽음을 누르기 위해
정보요원들을 동원하여 사선의 경계에서 뛰놀게 만든다.
그런 것 같다.
하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의 자리인 왕권을 시의 적절하게 배치해놓고
국가의 흥망성쇠에 따라
거기에 꼭 맞는 필요한 인재들을 선택하여
왕권을 내어주고 있다.
이 얼마나 정교하고 치밀한 계획인가.
앞을 미리 내다보며 인물들을 선정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 높고 높은 뜻은
하늘만이 가질 수 있고
하늘만이 시행할 수가 있다.
준비된 대통령일지라도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으면
한없는 핍박과 망명, 납치, 협박, 회유, 사형언도,
지역갈등조장, 색깔론 등을 들먹이며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나오는 공격성 멘트로 장식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각종 모함을
권력의 시녀로 타락한 검찰,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달하고
가택연금과 옥중생활을 드나들게 하며
국내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국내로
달리고 또 달리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만약에 인동초(忍冬草)보다 더 강한 오뚝이 정신이 없었다면
삶조차 미련 없이 버릴 뻔 했지만
하늘은 남모르게 준비된 사람들을
죽음에서 보호하며
내일을 준비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권좌인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삶의 충격이자 고통의 승리이기에
멈추지 않으려면 뛰고 또 뛰어야한다.
바람이 부는 곳엔 민심이 있고
민심이 있는 곳엔 하늘의 뜻이 있듯이
민심은 곧 천심이요
천심은 곧 민심으로 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독재자의 말로가 비참하게 끝나는 것은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릴 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뜻이 안개에 가려
무엇을 가르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병폐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지도자는
어김없이 하늘이 내린 철퇴를 맞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 숭고한 민초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에 비하면
겨자씨보다 더 작지만
언젠가는 피의 보복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군사쿠데타가 아닌 민주주의를 억누르는 쿠데타 역시
천벌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하늘은 불공평한 것 같지만
그에 맞는 적절한 그릇의 크기에 맞게
물을 부어주고 있는 것을 보면
자나 깨나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생명의 계절인 5월의 녹음 속에서조차
가야할 사람들은 미련 없이 떠나가듯이
푸른 생명은 삶이자
죽음을 동반한 인생의 역정이라 불리 울만 하다.
그리고 끝은 시작이자
시작은 끝이듯이
주어진 제자리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자
곧 우리들의 뜻이기도 하다.
2011년 6월 12일 일요일
前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고 나서…….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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