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청량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붉은 해는
눈이 부시다.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아지랑이처럼
멀리 보인다면
시화방조제를 향해 달리는 차창 속에서는
신기루처럼 가까이 보인다.
산에서 바라보는 송도신도시와
바다에서 바라보는 송도신도시의 모습이 서로 다른 것이다.
세상사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조금만 각도를 달리해서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늘 같은 모습으로 대하고 있지만
진실은 다른 곳에서
손짓하는 경우가 많다.
30년 넘게 다양한 각도에서
송도를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도 송도를 다 알지 못한다.
눈만 뜨면
새로운 세계로 변해있는 송도이기에
송도를 다 알기위해서는
날마다 안부를 물으며
출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뭇잎하나조차도
나의 눈을 피해 다니기에
구석구석 현미경을 들이대며 살피지 않는 이상
송도는 미지의 세계에 가려져 있을 수밖에 없다.
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듯이
청량산을 통째로 들어다
바다에 씻는 다해도
그 속을 다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사는 재미는 그런 것 같다.
다 알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알아가는 맛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 삶인가?
아니 이 얼마나 위대한 자연의 법칙인가?
날마다 조금씩만 알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에겐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일일 것이다.
예언가처럼 미리 다 알아버리면
세상사는 일이 재미없을까봐
조금씩 알려주는 자연의 지혜야말로
하늘이 내린 가장 신성한 선물인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마음 놓고
달리고 싶어도
제한속도에 걸려
무한질주를 시도하지 못하는 시화방조제
방조제에 걸터앉으면
혹독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오이도 에서 대부도를 건너 10분 정도 더 달리면
“솔밭사이로” 라는 전통차와 토종닭을 파는 카페가 하나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펜션이 없었는데
올해는 펜션이 두 채나 들어서있다.
하룻밤 숙박료는 10만 원이라고 한다.
사슴농장과 겸해서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새벽 4시까지 가족들과 함께
삼겹살과 차를 마시며 밤새 놀고
아저씨는 미국에 가는 아들 녀석을 바래다주기 위해
강남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60대 초반이고 아저씨는 60대 후반이다.
오늘은 쉬라고 아저씨가 신신당부를 했지만
손님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황토 흙이 밟히는 찻집에서
대추차를 마시다보면
그 진한 향기에 취해버리기도 한다.
솔밭에 둘러싸인 카페이기에
솔향기가 깊게 묻어나오기도 한다.
아저씨가 손수 정성을 들여 만든 카페이기에
조금은 엉성하고 미숙한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아주머니의 정성어린 대추차 한 잔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어느 카페보다도 더 정겨움이 간다.
조금은 부족하지만
정이 있고
따뜻함이 있으면
사람에게 있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2009년 1월 4일 일요일
시화방조제를 건너 대부도 “솔밭사이로”에서 전통차인 대추차를 한 잔 마시며...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