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 2096

살아남아야하는 이유

살아남아야하는 이유 눈뜨면 새롭게 변하는 세상이 있기에 그렇고 눈 감으면 암흑 같은 세상이 있어 그렇다. 창궐하는 COVID-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져있지만 그 빈틈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몸부림은 더욱 처절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평온·공연하게 살았던 적은 없지만 뒤돌아보면 바로 그것이 평온·공연한 순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살고자 몸부림치는 것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아있으니까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부평향교 내 향나무

부평향교 내 향나무 대성전 뒤뜰에 한 쌍의 청룡과 황룡이 얽혀 있다. 공중을 나는 수평선으로 되었다가 수직으로 뛰어오르는 기이한 형상은 향나무 특유의 비틀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이는 세월만큼 먹었고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분명 한 몸으로 얽혀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늘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며 자태를 드러내며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현무와 주작이 어우러져 함께 뛰노는 것 같기도 하고 백호가 산과 들을 달리며 포효하는 모습과도 같다. 대성전 앞 동무와 서무 사이에 향나무 두 그루와 수백 년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수직으로 서 있다. 보기 드문 장관이다. 장소가 그리 넓지도 않은 데 비해 거대한 나무들이 균형을 맞춰 서 있다는 것은 유교적 질서가..

세상은 홀로 걷는 것 같아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세상은 홀로 걷는 것 같아도 함께 걸어가고 있다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는 목표는 우리들의 몫이자 다 같이 한 호흡으로 달려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넘어지고 엎어지며 달리는 길이기에 등을 두드려주며 일으켜 세워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홀로 우뚝 선다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는 인내와 극복의 힘이 필요하고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가장 힘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홀로 분다고 생각하면 안 되듯이 바람은 늘 모두의 가슴에 스며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희망과 꿈이라는 끈이 있어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려는 강철같은 의지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같이 함께 걷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니라 가장 힘든 길이기도 하다. 2020년 11월..

신의 원리 – 인과론

신의 원리 – 인과론 돌고 돌다 보면 결국은 그 자리에 와있게 된다.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수많은 경험을 거쳐 그 자리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인과론은 원인과 결과를 알려주는 신의 원리이다. 다시 말하면 공존하는 선악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인과론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그 잘못으로 인해 결국은 그 대가를 받게 되어있다. 잘하면 잘한 만큼 그 대가를 받게 되어있다. 원리는 참으로 간단하고 명쾌하다. 2020년 9월 22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글

가까운 길이 있고 멀리 돌아가는 길이 있다

가까운 길이 있고 멀리 돌아가는 길이 있다 생성소멸은 순차적인 접근법이다. 어쩌면 비순차적인 접근법일 수도 있다. 순서대로 와서 순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길도 많기 때문이다. 잡고자 하나 잡을 수 없는 거와 같다. 놓고자 하나 놓을 수 없는 거와 같다. 그렇지만 생성소멸의 과정은 누구나 겪는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길은 가까운데 돌아가는 길은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면 참으로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기보다는 흐름이 문제이다. 구름은 앞을 향해 열심히 달리지만 기류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람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똑바로 달리고자 하나 빈틈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바람이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6일..

처음부터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바람은 빈틈을 향해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떼로 몰려다니는 바람에 바람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지만 바람은 바람처럼 사는 것이 좋을 때도 많다. 문제는 바람이 바람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악은 아무리 자제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겸손으로 누르고 싶을 정도이다. 선과 악은 공존하며 서로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함께 다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겸손할 때는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은 교만에 빠져 갈 길을 잃어버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풍찬노숙(風餐露宿)처럼 갈 길을 잃어버린 채 거리를 헤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성을 제어할 능력이다. 맹목적인 믿음은 모두에게 손가락을..

일 획은 모든 획의 출발인 것처럼

일 획은 모든 획의 출발인 것처럼 태풍의 눈으로 빨려 들어가면 한점으로 남습니다. 일 획은 모든 획의 출발인 것처럼 나선형을 타고 한 바퀴 돌면 청자에서 백자로 다시 태어납니다. 혼란스럽던 상념을 뛰어넘어 가없는 세상에 닿으면 비로소 한 줄기 빛으로 태어납니다. 꿈속에서조차 꿈을 꾸었던 그 색이었습니다. 쪽빛 너머 존재하는 빛이었습니다. 황금빛 너머 존재하는 우주 궁극의 빛 흰색이 아닌 심안으로 비치는 그런 빛입니다. 맑고 투명한 영혼의 빛이라 불러도 좋을 그런 빛입니다. 선을 타고 흐르면 선율이 되듯이 직선과 곡선의 조화 속에서 탄생하는 우주의 빛이라 불려도 좋을 그런 빛입니다. 일거에 모든 것을 덜어내고 남은 그런 빛입니다. 더는 갈 수 없는 곳이자 더는 숨 쉴 수 없는 그런 빛으로 존재합니다. 20..

아킬레스건은 함부로 건드는 것이 아니다

아킬레스건은 함부로 건드는 것이 아니다 빈틈만 생기면 그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이 교만이다. 교만은 만용으로 이어지고 만용은 자화자찬에 빠지게 만든다. 기쁨의 잔을 들어 올릴 때 교만은 싹트고 슬픔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유지할 때 겸손은 고개를 든다. 교만과 겸손은 쌍벽을 이루며 서로 앞다퉈 나아가지만 교만은 겸손을 이기지 못한다. 자세를 낮춘 듯 보이지만 그 뿌리가 고목을 버텨내게 하는 것처럼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겸손이기 때문이다. 비바람과 뇌성 번개를 치다가도 어느 순간 정적이 감도는 고요로 숨 막히게 만드는 자연은 참으로 교만과 겸손의 달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교만한 듯 하지만 겸손으로 이치를 이끌어가니 하늘 아래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킬레스건은 함부로 건드는 것이..

마음 급한 매미

마음 급한 매미 올해는 장마가 긴 탓(54일 추정)에 매미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7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기다린 후 잠시 밖으로 나와 7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몸을 불사르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매미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다. 틈만 나면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도 잠시 소강상태를 이용하여 막간의 울음소리를 뿜어낸다. 맑고 청아한 매미 울음소리! 어쩌면 인고의 마지막 날을 위해 아껴두었던 목청을 마음껏 하늘을 향해 호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기구한 운명인가? 채 아름답게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러져가야 할 운명이기에 몸부림을 치기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떠나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발걸음이다. 누구나 생성소멸..

기후대란

기후대란 여름이 사라졌다. 7월 말과 8월 초의 여름을 앗아간 장맛비가 전국의 하늘을 덮었다. 둑이 무너지고 태풍과 장대비가 전국을 강타하였다. 역대급 장맛비이다. 10일 집중호우로 인해 사망 31명 실종 11명 부상 8명 이재민 7,000여 명으로 장맛비에 의해 희생된 분이다. 산사태와 도로 유실, 철도, 교량, 지하차도 그리고 논밭이 침수되고 축사와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8일째 자연재해로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최장기간이다. 섬진강 일대는 500년 만에 제방이 무너졌다고 한다. 올해 1987년 이후 33년 만에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나는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큰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8월 14~16일까지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 지역에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