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 2096

만휴정(晩休亭)

만휴정(晩休亭) 해 질 무렵 정자에서 쉬는 맛도 아름다울 것 같다. 숲과 새소리가 들리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긴 통나무다리를 놓고 건너는 맛도 좋을 것 같다. 폭포수가 지나가는 산비탈에 지어진 만휴정(晩休亭)이다. 계곡과 산 사이에 두 개의 폭포와 바위가 있어 만휴정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더욱 아늑하다. 정자에 담장을 지은 것이 좀 특이하다. 정자라기보다는 원룸처럼 생활하기 위해 지어진 아담한 정자인 것 같다.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은 청백리로 뽑힐 만큼 청렴한 삶을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연산군의 폭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낙향하여 지은 것이 만휴정이다.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자리인 것 같다. 거기에다 명상까지 즐길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정자이기도 하다. 널따란..

월영교(月映橋)

월영교(月映橋) 월영대(月映臺)에서 시작된 전설이었는데 월영교(月映橋)에 이어 월영정(月映亭)이 탄생하였다. 조선 중기 먼저 간 남편(이응태)을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지어미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생각한 원이엄마의 한 맺힌 사랑이 낳은 결과이다. 허공에서 사라질 이름이었는데 다리가 되고 정자가 되어 다시 불리어진 이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차마 못 할 사랑이다. 누구의 가슴에서 맴도는 사랑이란 말인가? 물속을 헤집고 산과 들을 뛰노는 구름도 이러하지는 아니할진대 애절함과 함께 불러보는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힌다. 한을 넘어서면 모두의 기쁨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가는 것은 월영교(月映橋)의 넋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월영정(月映亭..

안동(安東) 월영교(月映橋)

안동(安東) 월영교(月映橋) 아침엔 소수서원에서 낮엔 도산서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안동 월영교(月映橋) 주차장에 도착하니 유명 맛집은 브레이크타임(Break time. 휴식 시간)이라며 문이 닫혀있고 할 수 없이 그 옆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집도 안동 맛집으로 유명하다. 헛제사밥 ’까치구멍집’에서 헛제사밥과 다른 메뉴와 함께 시켰더니 30분 이상 기다려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맛은 담백하고 상어고기와 각종 음식이 입맛을 돋운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독특한 전통음식이기에 깊이 음미해보았다. 헛제사밥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난 뒤 반드시 모든 참석자가 제사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다. 이를 음복(飮福)이라 하며 이 과정에서 제사음식을 밥과 고루 섞어 비벼..

도산서원 –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도산서원 –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90년대 평창에서 청옥산을 거쳐 청량산 앞에 도착하자 흙먼지가 뽀얗게 가라앉는다. 맑고 고운 바람이 청량산을 감싸고 있다. 바람을 타고 낙동강에 위치한 도산서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019년 10월 9일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의 흔적이 담겨있는 소수서원을 다녀온 후 들르게 되어 남다르게 감회가 새롭다. 두 번째 방문이다. 소수서원(=백운동서원. 1543년 건립) - 경상북도 영주시 남계서원(1552년 건립) - 경상남도 함양군 옥산서원(1573년 건립) - 경상북도 경주시 도산서원(1574년 건립) - 경상북도 안동시 필암서원(1590년 건립) - 전라남도 장성군 도동서원(1605년 건립) - 대구광역시 달성군 병산서원(1613년 건립..

소수서원(=백운동서원) –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소수서원(=백운동서원) –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소수서원(=백운동서원. 1543년 건립) - 경상북도 영주시 남계서원(1552년 건립) - 경상남도 함양군 옥산서원(1573년 건립) - 경상북도 경주시 도산서원(1574년 건립) - 경상북도 안동시 필암서원(1590년 건립) - 전라남도 장성군 도동서원(1605년 건립) - 대구광역시 달성군 병산서원(1613년 건립) - 경상북도 안동시 무성서원(1615년 건립) - 전라북도 정읍시 돈암서원(1634년 건립) - 충청남도 논산시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은 9곳이다. 소수서원(紹修書院=白雲洞書院)은 4번째 방문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단양팔경을..

잘한 일과 못한 일 – 공존하는 선악

잘한 일과 못한 일 – 공존하는 선악 잘한 일은 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못한 일은 악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은 국가에 충성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나쁜 일을 한다는 것은 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시대적 배경에 따라 옳은 일에 참여할 수도 있고 나쁜 일에 참여할 수도 있다. 문제는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국가를 위해 큰 공을 세웠지만 그 행실이 나쁘다면 공과를 떠나서 절대 악으로 평가받아야 하느냐이다. 역사는 말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대체로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악의 기준도 시대적 배경에 따라 선도 되었다가 악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기준이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 때문에 과거에는 문제가 안 되었지만 ..

바람은 한쪽으로만 달리지 않는다

바람은 한쪽으로만 달리지 않는다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바람이 분다. 온종일 추적추적 내린다. 누구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보다는 좀 더 경건한 의식을 추모하는 듯한 비이다. 슬픔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서로가 안고 가야 할 깊은 슬픔이기에 어느 편에 서서 우위를 따지지 않는다. 말로 하는 위로도 있지만 목숨으로 위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 수 없는 것이 삶이다. 모두가 한길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2020년 7월 13일 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바람처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은

바람처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은 앞이 탁 트인 공간이라면 바람은 거침없이 달릴 것이다. 새처럼 날기도 하고 구름처럼 흘러가기도 하고 바위에 앉아 유유자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숲속에 갇힌 바람은 숲의 향기에 넋을 놓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그물에 걸린 바람은 그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바람이라고 무조건 모든 곳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람은 만능이 아니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바람처럼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고해(苦海)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고해(苦海)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암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답답한 가슴을 커다란 바위로 짓눌러 전 세계를 쓰디쓴 고통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다. 더는 갈 수 없는 길이 되어버렸다. 부단히 헤쳐나오려고 몸부림을 칠수록 더욱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래도 빛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기에 희망은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2020년 3월 제1회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선발된 TOP7의 활동으로 큰 힘을 얻고 있다. 1위 임영웅(91년, 30세, 182cm, TOP1 진(우승)), 2위 (박)영탁(83년, 38세, 179cm, TOP2 선), 3위 이찬원(96년, 25세, 176cm, TOP3 미), 4위 김호중(91년, 30세, ?cm, TOP4), 5위 정동원(..

같은 길을 간다고 같은 목적지를 가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길을 간다고 같은 목적지를 가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길을 수없이 돌고 돌아도 매번 느끼는 것은 색다르다는 것이다. 분명 같은 길을 달리고 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학원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학교를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곳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곳은 늘 같은 모습으로 반기고 있는데 목적지가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것만은 아니다.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거나 이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 웃고 있는데 슬픈 것이다. 슬픈데도 웃고 있는 것이다.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어떤 때는 무작위로 변수를 작동시키고 있다. 신은 죄와 실수를 포용하고 있지만 바람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