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극복

청아당 2006. 4. 14. 21:24

극복

 

편하고 쉬운 길은 걷기에 편하지만

남는 것이 없고

어렵고 힘든 길은 걷기에 불편하지만

걸음걸음마다 가슴에 남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의 고통과 좌절이 없다면

깨달음은 값어치가 없다.

편하게 걷기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렵고 힘든 길만 찾아 걷는 사람이 있다.

편하게 걷든 어렵게 걷든

걸어가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한없이 편하기만을 고집하거나

한없이 어려운 것만을 고집하는 것은

맥을 놓친 어리석음이다.

장점과 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하여

중용의 길을 걷는 사람들

긴장과 이완의 묘미를 아는 사람들이다.

시기에 맞춰 당기고 놓는 법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발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

 

오래 참거나

호흡량이 길다하여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접근하는 방법에 잘못이 있어 위험한 것이다.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 호흡이요

숨의 기본이듯이

우주적인 리듬에 맞추지 않고

인위적으로 늘렸을 때 문제가 일어난다.

아무리 높은 호흡량을 극복하였더라도

생체의 리듬에 맞는 호흡량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병폐가 되는 것처럼

자신의 뜻을 이루고난 후

생체의 리듬에 맞는 호흡량으로 돌아가는 일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것이 호흡이듯이

언제까지고 높은 호흡량을 유지하도록

하늘이 방관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지도자의 지도 없이

책만 보고

자신의 뜻대로 행하고 나서

잘못된 호흡법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경계 없이 넘나들며

단계별로 접근방법이 다른 지도자의 지도를 충분하게 받고 난 후

평가를 해도 늦지 않을 때가 많다.

깊이 들어갈수록

홀로 갈 수 없는 길을

어찌 혈혈단신으로 걸어 갈 수 있겠는가?

 

호흡의 벽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호흡량만 채웠다고 벽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리듬에 맞춰

당기고 놓는 법을 놓쳤기 때문이다.

경계 없는 곳에서

흡지호지의 경계가 무너지듯이

지극함에 이르면 호흡량도 무호흡에 이르는 법

무호흡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호흡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리듬에 빨려 들어가

흡지호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말한다.

무호흡에 날마다 이른다하여

달라질 것 없는 현상 속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숱한 오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

눈을 뜨고

뒤돌아보면

손에 쥘만한 것이 없는 거와 같다.

 

2006414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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