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홀로 서있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청아당 2016. 3. 5. 17:57

홀로 서있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홀로 서있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우리들의 영혼이 흩어지고

바람이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흩어진 형상은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는 볼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까닭이다.

 

그 누가 우리들의 형상을 복원할 수 있겠는가?

그 누가 우리들의 형상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이승에서 가족으로 얽힌 사연만으로는

견뎌내기 힘든 일이기에

그 본원을 추적하다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사연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것처럼

시인이 되었다가

걸인이 되었다가

철학자가 되었다가

과학자가 되었다가

대통령이 되었다하여도

그 시작과 끝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 본래의 모습은

우주에서 시작하여

우주에서 끝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번 떠난 바람은 되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우리들의 삶과 죽음도

한번 흩어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형상으로 흩어지고 만다.

 

아!

이 얼마나 서글픈 이야기인가?

 

지금 서있는 그 자리가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꿈을 꾸었는데

다시는 볼 수 없는

우주의 형상으로 되돌아간다하니

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또 있겠는가?

 

그것도 그것이지만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바람과 구름이기에

그 누가 산과 바다를 품을 수 있단 말인가?

 

바람이 달려봐야 얼마나 달릴 수 있겠는가?

해와 달이 뜬다하여 얼마나 버티겠는가?

 

그렇지만

바람은 소리 없이 달려가는 멋이 있어야하고

구름은 빈 여백을 채워나가는 멋이 있어야한다.

 

그러고 보면

삶을 위해 태어났건만

죽음을 위해 태어났건만

본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홀로 우주 속에 갇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면

그것처럼 난감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의 영혼은

우주의 바람을 타며 달려간다고 했다.

 

그 끝이 아무리 멀고 험난하다하여도

그 시작이 아무리 가깝고 쉽다하여도

우리들의 비밀은

우리들끼리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기에 그렇고

그것은 구름이 아니기에 그렇다.

 

우리들 곁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기에 그렇고

우리들 곁에는

더 이상 달려가서는 안 되는 삶과 죽음이 있기에 그렇다.

 

2016년 3월 5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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