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삶과 죽음의 끝에서

청아당 2014. 9. 18. 22:05

삶과 죽음의 끝에서

 

산다는 것은 고통이지만

죽는다는 것은 행복이다.

 

누가 삶을 고통이라 했는가?

누가 죽음을 행복이라 했는가?

 

서있는 그곳에서

고통을 당하거나

행복을 맛보는 자가 있다면

삶은 살만하고

 

서있는 그곳에서

슬픔을 당하거나

추락을 맛보는 자가 있다면

죽음 또한 받아들일만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노래한다면

그 또한 받아들일만하다.

하지만 삶이 전부가 아니듯이

죽음 또한 받아들여야만 한다. 

 

허나

삶이 길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니듯이

삶이 짧다고  

반드시 슬픈 것이 아니듯이

 

살아있는 그 순간

오감을 삼켜 넣거나

육감을 삼켜 넣거나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삶과 죽음의 끝에서

행복을 노래할 수가 있다.

 

얼마나 더 

삶을 깨부숴야 하겠는가? 

얼마나 더 

죽음을 흔들어 깨워야 하겠는가? 

 

삶과 죽음의 끝에 서서 

더는 흔들 수 없을 때까지 

우주의 뿌리를 흔들어야만 한다. 

 

그것이 곧 

삶의 끝이고 

죽음의 끝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언제 

삶의 지혜를 심어준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죽음의 밑바닥을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차라리 눈을 감고 달려 나가거나 

차라리 눈을 뜨고 달려 나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 

이보다 더 감동적인 서사시가 있겠는가? 

이보다 더 풍성한 감성이 살아 있겠는가? 

참으로 기나긴 우주의 터널을 지나온 

우리들이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것! 

이것은 하늘이 내린 신의 선물이자 

우리들만의 잔치이기에 

끝없이 시공간을 뛰어다니며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삶은 살만하고 

그래서 죽음은 맞이할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또 다른 삶이 우리들을 유혹할 때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2014년 9월 17일 수요일

 

청아당 엄상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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