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평범은 신비이자 미학이다

청아당 2014. 8. 31. 20:13

평범은 신비이자 미학이다

 

붙잡는다고 붙잡히면 그것은 평범이 아니다.

흔든다고 흔들리면 그것은 신비가 아니다.

놀랜다고 놀라면 그것은 미학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향해 달려간 것이 잘못된 행보였다.

그 자리에서

평범만 흔들면 그만인 것을

 

신비의 무덤이 평범이듯

평범의 무덤은 신비이다.

그리고

신비와 미학을 알려면 평범부터 알아야하고

평범은 신비이자 미학으로 존재하고 있다.

 

두고 간 모든 것을

가슴으로 채우려고 하면 안 된다.

채운다고 채워질 가슴이 아니기에

비운다고 비워질 가슴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언제 평범의 깊이를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신비의 깊이를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언제 미학의 깊이를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태어나면 그것으로 숙명으로 삼고

살게 되면 그것으로 운명으로 삼고

죽게 되면 그것으로 지금의 나를 알면 된다.

 

그 누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있었던가?

그 누가 살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있었던가?

그 누가 죽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있었던가?

 

그저 하늘의 뜻에 따라 살다보니

그저 자연의 뜻에 따라 살다보니

보이는 것은 자연이요

만져지는 것은 인위였지 않았던가?

 

비우고 또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것이 공간이듯이

채우고 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시간이지 않았던가?

 

얼마나 더 달려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더 멈춰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길고 긴 여정 속에서

태어난 것이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을

살아있는 것이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을

죽어있는 것이 모두 다 아름답다는 것을

걷다보면 느끼게 되고

멈추다보면 느끼게 될 뿐이다.

 

2014년 8월 31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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