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송도에 눕다

청아당 2014. 9. 2. 20:52

송도에 눕다

 

바람을 베개 삼아

나뭇가지에 걸터앉는다.

 

손도 발도 다 내려놓고

몸도 마음도 다 내려놓고

온갖 것을 다 내려놓는다.

한없이 기다려도

와야 할 사람은 안 오고

가야 할 사람만 온다.

 

진정

가야 할 사람은 붙잡아두고

와야 할 사람은 내보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가?

우주의 이치인가?

 

이 또한 차별이지만

경계를 짓거나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다 부질없는 행위이지 않은가?

 

누가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누가 가라고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와서

스스로 간다.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하듯이

계절을 통해 보여주기만 할 뿐

보이지 않는 우주 손은 두 손을 내려놓고 있다.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보여준다고 보여줄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

정작

숨 한번 크게 쉬고

송도에 누우면 그만인데

도무지 그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맨 꼭대기에 서있는

청량산 높은 바위에 서서

큰소리로 우주를 불러들이거나

큰소리로 자연을 불러들이고 있다.

 

가야 할 길이 정해져있는데도

와야 할 길이 정해져있는데도

그 누구하나 대들거나 반항하지 않는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자

자연의 뜻이라며 미리 포기하고 만다.

 

늘 손해 보는 것은

우주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바로 인간이다.

그래도

청량산을 오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거나

청량산을 내려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저 오르고 내려올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이 춤춘다하여

함께 춤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송도신도시가 있고

인천국제공항을 건널 수 있는 인천대교가 있어

그저 좋을 뿐이다.

그리고

손으로 만지고

손으로 깨뜨릴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우리들 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神)도 우리들을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신의 이름으로

우리들에게 순종하며 복종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복종보다 더 어려운 것이 순종이다.

이는 바람과 구름과 산으로 지붕을 삼는 것과 같기에

그 누구일지라도

강하게 누를수록 튕겨 나오는

인간의 자존심을 누를 수 있는 자!

그 누구이던가?

 

가라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두 눈 질끈 감고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거나

사람과 소통하고 있는 신의 손길이 살아있는 한

우리들의 자존심은 지켜질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 또한 나타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죽음을 위한 마지막 유언이든

비록 그것이

삶을 위한 마지막 덕담이든

우리가 잡아야할 것은 삶과 죽음이다.

 

죽고 싶어 죽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자고나면

하늘에선 비행기나 헬기 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땅에선 자동차와 열차 그리고 지진이나 태풍

그밖에 모든 사건들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산에선 실족하거나 등반하다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강에선 물놀이를 즐기다가 익사하여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바다에선 해일이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밖에 예기치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듯이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납치와 유괴 그리고 폭력과 질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위험 긴박한 세계정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살만하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공존하는 선악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어느 한쪽으로도 쏠리지 않는 중용의 도처럼

복원력에 의해 운행되어지고 있는 삶이

우리들을 감싸고 있기에 살만하다고 본다.

 

가끔씩 청량산 푸른 소나무 향기를 맡아가며

《송도길거리 작은 쉼터》인 노천카페에서

차 한 잔 마셔가며 명상을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아름다움 뒤에는

고통으로 서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는 사실이다.

보기에는 아름다워 보여도

아름다움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점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눕고 싶어도 누울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렇고

서있고 싶어도 서있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2014년 9월 2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