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자연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 있는가하면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길이 있다.
분명 땅을 밟고 서있는데
허공에 떠있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이 떠있기 때문이다.
허공에 줄을 매달아
우주를 향해 달려도
멈춰라하면 그대로 멈춰야만 한다.
뒤돌아볼 엄두도 못낸 채
고개를 숙이는 것은
하늘의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홀로 우주를 흔들 만큼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늘의 뜻은 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모든 것을 다
들어줄 것 같은 자연이지만
하늘의 뜻이 완고할 때는
당장 그 길목을 차단하고 만다.
놓는다는 것은
무조건 놓는 것이 아니다.
잡는다는 것은
무조건 잡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자연의 뜻이고
그것이 우주의 뜻이고
그것이 하늘의 뜻이기 때문이다.
눈빛만으로도
그 모든 것을 알 수 있듯이
걸음걸음마다 달라지는
마음을 읽어내는 데는 찰라 이자 순간이기에
느낌 그대로
순리대로 살아가면 그만인 것이다.
언제 우리들에게
땅을 등지고 살아라 한 적이 있었던가?
언제 우리들에게
하늘을 등지고 살아라 한 적이 있었던가?
눈뜨면 움직이면 되고
눈감으면 멈추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홀로 서있는 것이 아니듯이
발길 닿는 데로
달려가면 그만이고
느낌 닿는 데로
달려가면 그만인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높은 이상과 꿈이
한낱 물거품이듯이
손에 쥐고 있을 때
놓을 줄 알면 되고
손에서 빠져나갈 때
잡을 줄 알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이성으로 살다가 안 되면
감성으로 살면 되는 것을
우리들은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2014년 9월 14일 일요일
청아당 엄상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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