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침묵과 대화

청아당 2014. 9. 21. 08:35

침묵과 대화

 

미의 여신으로 통하는 화신일지라도

제 역할을 충분하게 못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침묵으로 지내기에는

반가움이 사라지기에

먼저 손을 내밀고 사과한 후 소통을 해야 한다.

참된 즐거움이 무엇인지

참된 슬픔이 무엇인지

서로의 마음으로 확인한 후

배려라는 아름다운 장막을 쳐야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에

그 어떤 말보다도

먼저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마음이 기억할 때까지

온몸으로 기억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면서

추억으로 사라지기 전에

화해와 따뜻한 정으로

화합의 온도를 높여 놓아야 한다.

 

의사는 침묵으로 반응하는 것을 좋아하고 

환자는 대화를 통해 진심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가끔씩 유명 대학병원을 기점으로 

예기치 않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신이 아니다보니 

일어나서는 안 될 의료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물론 자신에게 발생된 의료사고라면 

더욱더 억울하고 분통을 참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분명 인공관절수술은 잘되었다고 하는데 

환자는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5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회복되어진다고 하는데 

8개월이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회진할 때마다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 

좀더 지켜보자는 말과 

좀더 좋은 약을 써보자는 말로 

환자를 위로하고 있지만 

환자의 심기는 더욱 불편하기만 하다. 

물론 다양한 방법으로 

원인을 분석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통의 원인을 분석해내야 하는 의사는 

심층적인 부분보다는 

표층적인 부분에서 끝내고 싶은데 

환자는 끊임없이 

심층적인 부분까지 접근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더는 손대고 싶지 않은 의사와 

더는 고통을 당하고 싶지 않은 환자와의 

줄다리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신경전으로 번져가고 있다. 

 

한번씩 환부를 열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의사로써 자존심 문제도 있다 보니 

함부로 환부를 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기 위해선 

재수술하는 방법밖에 없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볼 때마다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유일한 의지처인 영상의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보니 

결국은 환부를 열어보고 판단해야하는데 

그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되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합의점이 이루어지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보면 환자와 의사간에도 

궁합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프로세스가 작동되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한쪽에선 

수술이 잘되어

굳어있던 새끼손가락이 움직이는 바람에

하루하루 즐거워하고 

다른 한쪽에선 

병실이 모자라 목발 짚고 퇴원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환자의 수요가 많다보니 

그만큼 병실 수가 모자란다는 뜻이기도 하다. 

퇴원하자마자 채워지는 병실은 

황금제조기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채 

대기하고 있는 수술환자의 치유공간으로 

재탄생되어지기도 한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법률적 해석까지 요구하고 있는 침묵은

두 가지 뜻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 첫 번째가

암묵적인 대답인 긍정의 의미가 있고

그 두 번째가

긍정의 의미를 회피하는 부정의 의미가 포함되어져 있다.

그에 반해

대화는 우주적인 통로인 소통을 원하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불통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병실에서

환자가 환자를 돌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듯이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비워가면서

중용의 도로 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다.

 

척추수술부터 시작하여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회전근개 파열을 일으키는

어깨 충돌 증후군,

발목수술,

팔꿈치수술,

손목터널 증후군인 손목수술,

무릎인공관절 수술,

인공고관절 수술,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방십자인대 파열,

VDT증후군 및 난이도 높은

척추수술과 관절수술 등

순서를 기다려가며 줄지어 서있다.

 

어떤 환자는 목디스크에서 지탱하지 못한

디스크를 빼버린 후 메워 놓지 않고

덮어버리는 경우가 있고

척추 곳곳에 배치된 12곳에 금속으로

고정시켜 놓기도 한다.

 

척추협착증 수술을 기점으로

척추유합술이 있고

경추유합술 및 골유합술,

관절유합술,

목디스크유합술,

추체간유합술 등

각종 다양한 유합술이 준비되어져 있다.

 

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척추와 관절수술을 안한 곳이 없을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환자가 있는 반면

태어난 후 난생처음으로

손목터널증후군과 팔꿈치 수술을 하는 환자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번 칼을 대기 시작하면

수술범위가 늘어나거나

환자들의 관리부족으로 인해

재발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수술 후 충분하게

안정과 휴식을 취해가면서

적게는 3개월에서 1년 이상

철저하게 관리를 해줘야하는데

당장 삶의 현장에 뛰어들다보면

오히려 수술 후

더 악화되어지거나 재발되어

초기상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환자의 사정을 보아줄

넉넉한 회사들이 드물다보니

직장을 그만두거나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척추가 무너져 내리거나

관절에 염증이 생겨나

인대나 연골이 찢어지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고통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누가 고통을 고통이라 했는가?

누가 극한의 통증을 통증이라 했는가?

 

극에 달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면

마약성분의 패치를 붙여

통증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환자는 조그마한 통증에도

크게 느낄 수도 있고

어떤 환자는 크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인데도 불구하고

극한의 통증을 별일 없다는 듯이

가볍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통증의 세기를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은

그만큼 인간의 신경 시스템이

제각기 다르게 작동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침묵한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듯이

대화한다고 아픈 것이 아니듯이

통증이라는 덫에 걸려본 사람들은

두고두고 통증에 대한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

 

이보다 더 크고

이보다 더 강한 통증이 없을 정도로

숨통이 막히기도 하고

합병증,

고혈압,

두통,

상세불명의 마비현상과

통증 및 염증현상까지

다양한 통로를 통해 발생하기도 한다.

 

고통은 고통으로 끝내야하고

침묵은 침묵으로 끝내야하고

대화는 대화로 끝내야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침묵과 대화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2014년 9월 20일 토요일

 

청아당 엄상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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