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교만과 겸손 - 20140927

청아당 2014. 9. 25. 09:53

교만과 겸손 

 

교만으로 우주를 누르고

교만으로 지구를 누르고

교만으로 인간을 눌러도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겸손은 한없이 낮추어도 

오히려 평정심을 유지한 채

우주의 도를 불러들이고 있다.

마치 거대한 태풍으로

구름을 밀어내도 움직일 줄 모르듯이 

땅을 밀어내도 움직일 줄 모르듯이

 

교만이 균형을 강조하는 중용의 도를 불러들인다면

겸손은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을 불러들이고 있다.

 

언제 교만이 교만이라 한 적이 있었던가?

언제 겸손이 겸손이라 한 적이 있었던가?

교만은 침묵을 좋아하고

겸손은 깨어남을 좋아할 뿐이다.

 

언제 교만이 잠든 적이 있었던가?

언제 겸손이 깨어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교만이 눈뜨면

겸손은 눈을 감고

겸손이 눈뜨면

교만은 눈을 감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억되어져 있는 것은

겸손보다는

교만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가끔씩은 

교만을 누르는 겸손이 살아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들은 마음 놓고 

교만을 즐기기도 하고 

겸손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교만 없는 겸손은 죽음을 뜻하고 

겸손 없는 교만은 삶을 뜻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교만은 추진력으로 불리어진다면 

겸손은 제어력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그리고 

교만이 필요악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겸손은 선(善)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2014년 9월 24일 수요일 

 

청아당 엄상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