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2008년 ~ 2009년)
불같은 한해였다.
아니 물 같은 한해였다.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듯
침묵조차도 깨어나지 않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새로운 경계에 서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는 것은 아쉬운 법인데
어서 빨리 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오는 것은 기쁜 법인데
어서 빨리 오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용의 위치에서
바라보자!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가?
뚫고 나갈 길이 안보일 때는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손을 놓고 바라보자!
아름답지 않은가?
홀가분하지 않은가?
모든 것이 다 동적인데
정적인 아름다움이 다가오지 않은가?
세계가 흔들리고
지구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세월만큼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서있지 않았던가?
때 되면 배고프듯이
한해의 끝에 서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세월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어렵고 힘든
아니 폐허 속에 갇혀 지내면서도
힘들다는 표현 한 번 하지 않은 세월이
기특하지도 않은가?
가는 것은 그대로 놓아 보내자!
오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자!
오가는 길목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80평생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는
자조 섞인 노구의 모습에서도
세월은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 세월이 달려가듯이
우리도 그만큼 달려오지 않았던가?
행복은
저절로 오는 법이 없다.
슬픔은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다.
힘든 가운데서도
지금껏 달려왔듯이
내년에도 새로운 각오로
다시 한 번 달려보자!
거대한 바다가 한꺼번에 바위에 부딪히지 않고
오히려 바위에 떠밀려 되돌아가듯이
내년에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자!
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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