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삼우(歲寒三友)
발길이 멈추고
눈길이 멈춘 곳에는
터질 것 같은 환한 보름달 사이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한 몸에 감싼 소나무가 있다.
혹독한 추위에도 선비처럼
꼿꼿하게 서있는 대나무가 있고
봄을 앞당겨 추위를 잊게 하는
매화나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홀로 걷는 것보다는
둘이 걷는 것이 좋고
둘이 걷는 것보다는
셋이 걷는 것이 좋다.
하나는 완벽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둘은 너무 많은 정이 들어
또 다른 하나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세발달린 솥이 있고
땅을 딛고 하늘을 떠받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문서의 생명은
균형과 조화 그리고 여백의 미가 살아나야 안정감이 있듯이
자연의 생명도
세한삼우처럼
서로의 어깨를 잡으며
설송(雪松), 설죽(雪竹), 설매(雪梅)가
눈 속에 파묻혀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혹독한 추위는 해마다 찾아오지만
추위 때문에 얼어 죽었다는 세한삼우는 발견하지 못하였듯이
정신을 맑고 투명하게 해주는 혹독한 추위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약이 되어 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자 섭리인 것처럼
겨울은 그 끝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긴 여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새봄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것은
겨울이라는 짧지 않은 긴 시간이 있기에 가능한 것처럼
우리들의 겨울은 결코 춥거나 호들갑을 떨어가며
앙탈을 부릴만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보아라!
숱한 국난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오천년을 달려오지 않았던가?
우리는 또다시
반만년
아니 억겁의 세월을 달려야만할 것이다.
2008년 12월 28일 일요일
송도유원지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산책로를 걸으며...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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