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세월이 흐르다 보면 새로운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청아당 2020. 6. 10. 10:18

세월이 흐르다 보면 새로운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신록이 우거진 여름 숲의 대명사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70~80년대에 달렸던 길과 2020년에 달리는 길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릴 때는

계속해서 그렇게 달려야만 되는 줄 알았다.

 

낭떠러지 같은 길을 조금씩 보강해가며 달리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고속도로다운 길로 명상을 즐겨 가며 경쾌하게 달릴 수가 있다.

 

아니 두 개의 길이 더 생겨나

골라가며 달릴 수 있게 되었다.

 

2영동고속도로와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생겨나

골라 먹는 재미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속초를 가려면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달릴 수도 있고

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릴 수도 있고

기존의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이 원하지 않은 길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에는 속초를 가려면

대관령에서 강릉 시내를 거쳐야만 했는데

지금은 곧바로 양양을 거처 속초를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내비게이션이 정확한 지점을 따라 움직이지는 않는다.

 

가끔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고 있어

과거처럼 수동으로 움직여 이정표를 보아가며 달려야 할 때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로봇과 같아서 시키는 일은 잘하는데

사람 마음은 읽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마음은 그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법이다.

 

없던 길이 생겨도

있던 길이 없어져도

마음은 그 이전부터 기억하고 있어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알기 때문이다.

 

2020610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