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할 사람은 떠나야한다
청량산에 오르니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매섭다.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강추위가 파고든다.
항상 따뜻한 바람만 생각했는데
항상 차가운 바람만 생각했는데
바람도 다 같은 바람은 아닌 것 같다.
떠나야할 사람은 떠나는 것이
삶에 대한 예의이듯이
바람도 떠날 때가 되면 떠나게 되어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살아있는 증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이승에서 살고 있는지
저승에서 살고 있는지 구분이 안가기 때문이다.
버젓이 함께 녹화된 사람도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그건 분명 유령이거나 구천을 떠도는 혼일 것이다.
평소에 수족처럼 부려먹었던 사람이었는데
어찌하여
참을 참이라 말하지 못한 채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지나가는 바람조차 고개를 저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복잡한 것보다는
쉬운 것이 좋듯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대세의 흐름에 맡겨야한다고 본다.
한꺼번에 많은 죄를 짓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완강하게 부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관점의 차이에서 벌어진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솥밥 먹던 사람을 아니라고 부인한다면
그 무엇으로 입증을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역사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그나마 자신이 지은 죄를 감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더는 달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놀라운 아침의 나라”로
기억하며 떠나는 사람에게 손이라도 흔들어 주어야겠다.
2017년 1월 14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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