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었다 갑니다!
먼지로
빛으로
바람으로
잘 쉬었다 갑니다.
천년만년 변할 것 같지 않은 그곳에서
무(無)로 태어나
유(有)로 살다가
무(無)로 돌아갑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
보고, 듣고, 만지고, 버리는 일 말고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들의 발걸음은
있는 그대로 걸어갈 것이고
있는 그대로 멈출 것입니다.
오고감에 있어 후회 없는 삶은 없듯이
잘잘못을 느끼고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는 일이야말로
모두에게 평안과 기쁨을 줄 것입니다.
가끔씩 삶의 길목에서 힘들어할 때
공존하는 선악에 기대어
한발을 내밀거나
한발을 뒤로 빼며
사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곳이 지옥의 끝일지라도
그곳이 천국의 끝일지라도
삶과 얽혀있는 신과의 약속이기에
중심이 잘 잡힌 우주의 끝에 서서
손을 흔들어 봅니다.
그동안
잘 쉬었다 간다고 기별을 하며
손을 흔들어 봅니다.
다음 생을 기약하거나
그 누구의 간섭도 없는 진공상태로
영원히 있기를 바라며
잘 쉬었다 갑니다.
2017년 1월 22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와 전체는 무엇인가? - 20170131(간) (0) | 2017.01.31 |
---|---|
돌아오세요! (0) | 2017.01.30 |
떠나야할 사람은 떠나야한다 (0) | 2017.01.16 |
참과 거짓 (0) | 2017.01.04 |
새해를 맞이하며 - 2017년 1월 1일 (0) | 2017.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