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과 비움
잡는다는 것은 집착이요
놓는다는 것은 비움이다.
뒤돌아보면
모두 다 버린 것 같은데
여전히 손에 쥐고 있다.
버려도 다시 차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하고
채워도 다시 차지 않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가끔씩 모두 다 버렸다는 각자(覺者)를 만나도
집착과 비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집착을 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집착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서기 때문이요
비웠다고 생각한 순간
비움은 더욱 뜨겁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은
자연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에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차라리
집착에 더 얽매이는 것이 낫고
차라리
비움에 더 얽매이는 것이 낫다.
집착과 비움은
사람들이 해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하늘도 땅도 해낼 수 없는 것을
어찌 사람이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집착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집착할 뿐이고
비우라고 말하는 순간 더욱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깨달음을 뛰어넘은 우주적인 모습이다.
2016년 9월 1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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