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청아당 2016. 1. 18. 17:35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

 

아무래도 이러다간 큰일이 나겠다싶어

내일부터는 침상에서 일어나

재활운동을 해야 하겠다고 합니다

 

침상에 누워 있다 보니

하반신이 말을 안 듣고

날이 갈수록

상반신마저 움직이는데 제약이 따르고 있어

환자 스스로 재활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의 말을 들어보니

침상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상반신만이라도 좌우로 움직여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합니다

 

침상에서 내려와 보지도 못한 채

식사를 하거나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은

환자에겐 치명적인 자존심으로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한달 전에는

걸어 들어왔지만

이제는 침상에서 한 발짝도 내려와 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지내야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장 힘든 건

환자 스스로 걷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은 걷는데서 비롯되어지고 있는데

걷지 못한다는 것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처럼 처절하다고 합니다

 

걸을 수만 있다면

1년이고

2년이고

침상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환자 자신의 모습에 대해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병 때문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걷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지옥의 세계를 맛보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이런 말을 되새겨 말할 정도이겠습니까

 

걷지 못한다는 것은

죽음과 직결되어져 있기에

더욱 큰 고통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반드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만 고통이 아니라

소리 없이 다가오는 고통도 고통이듯이

숨이 턱밑에 다가오면

고통보다 더한 고통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그동안 지병과의 싸움에서

정신력 하나로 극복해 오셨던 분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운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허공을 향해 손을 젓는 경우와 같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입니다

 

분명 가야한다고 마음은 준비되어있지만

막상 죽음의 문턱에 이르면

또다시 생명줄을 붙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몇 번을 주고받다보면

스스로

생명줄을 놓거나

생명줄을 붙잡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으로 오묘하다할 수 있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신의 손길이 우리들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간섭하는 것을 보면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영역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