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세상은 좋아졌는데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청아당 2016. 1. 12. 19:18

세상은 좋아졌는데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저녁노을을 벗 삼아 청량산 정상에 오르니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먼저 반긴다

 

저 멀리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인천대교

동해에서

서해로 지는 불같은 태양이

산기슭을 밝게 하려는 달한테 뒷일을 부탁하며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언제라고 느끼기도 전에

연수구와 논현동에 아파트와 상가로 울타리를 쳐놓았다

그것도 빽빽하게 들어차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눈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상은 좋아졌는데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등허리가 굽을 정도로

밤낮없이 뛰는데도 불구하고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화두에 얽매어

하루를 허비하고

또 하루를 허비하고 있다

 

세상은 살만한데

왜 이리도 허리가 힘들까

 

그래

욕심과 욕망 때문이다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으라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왔던 탓 때문에

이리도 힘들어진 것이다

 

누가 가라고 한 적도 없고

누가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저절로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모든 것은 네 탓이다

 

이 둘이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했는데

별다른 구분 없이 선을 풀어놓은 게 잘못이었다

 

이제는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겨난 것이다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