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좋아졌는데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저녁노을을 벗 삼아 청량산 정상에 오르니
송도신도시와 인천대교가 먼저 반긴다
저 멀리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인천대교
동해에서
서해로 지는 불같은 태양이
산기슭을 밝게 하려는 달한테 뒷일을 부탁하며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언제라고 느끼기도 전에
연수구와 논현동에 아파트와 상가로 울타리를 쳐놓았다
그것도 빽빽하게 들어차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눈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상은 좋아졌는데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등허리가 굽을 정도로
밤낮없이 뛰는데도 불구하고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화두에 얽매어
하루를 허비하고
또 하루를 허비하고 있다
세상은 살만한데
왜 이리도 허리가 힘들까
그래
욕심과 욕망 때문이다
모든 것을 손에서 내려놓으라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왔던 탓 때문에
이리도 힘들어진 것이다
누가 가라고 한 적도 없고
누가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저절로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모든 것은 네 탓이다
이 둘이 서로 만나지 말았어야했는데
별다른 구분 없이 선을 풀어놓은 게 잘못이었다
이제는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달려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겨난 것이다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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