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가야한다면 가야하겠지만

청아당 2015. 12. 20. 19:59

가야한다면 가야하겠지만

 

가야한다면 가야하겠지만

차마 떠날 수 없는 미련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생이 지나갔지만

 

오가는 길의 험난함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동서양의 길이 서로 다르듯이

사후세계 또한 서로 다르기에

우리들의 몫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습니다

 

그렇다고

침묵으로 일관할 수도 없고

고요로 모든 것을 던질 수도 없고

그저 우리들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이 따라붙고 있다는 생각

그 하나만

가슴속에서 불덩이로 자라고 있을 뿐입니다

 

침묵과 고요

그리고 정적과 적멸의 세계에 들어가면

이 한 몸 던져

우주로 통하고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

 

언제 우리들에게 가야할 길을 정해준 것도 아니어서

언제 우리들에게 와야 할 길을 정해준 것도 아니어서

먼저

오가는 길을 알아낸 후

그 길을 향해 달려가면 그뿐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