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놓거나 잡거나

청아당 2015. 4. 18. 17:42

놓거나 잡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더 이상 잡을 것이 없어진다

 

모든 것을 움켜쥐면

더 이상 놓을 것이 없어진다

 

그렇지만

그 끝은 헤아릴 수가 없고

그 시작 또한 헤아릴 수가 없다

 

산에 오를 때

부와 명예, 권력, 지식 등

모든 것을 등에 진 후

자연 앞에 서면

저절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것도

빈손과 빈 마음으로

놓고 싶어 놓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산에서 내려올 때

또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것도

일상의 덫에 걸리거나

목숨을 걸고 달려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놓고자 하였건만

그토록

잡고자 하였건만

 

남아 있는 것은

지금의 나이자

과거의 나이자

미래의 나일뿐이다

 

놓고자하면 놓게 되고

잡고자하면 잡게 되는 것은

본래부터

우리들의 삶의 행위이자

자연의 이치인 것을

 

홀가분하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잡거나

또는

둘 다 버리거나

포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본모습이기에

우리들의 삶은 길이 아닌 길을 가야하고

우리들의 삶은 허공을 젓거나 걸어서라도

우주의 시작과 끝을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데

네가 있을 수 없듯이

네가 없는데

내가 있을 수 없듯이

침묵을 지키거나

고요를 향해 움직이는 명상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내려놓거나

잡을 수 없는

우리들의 뼈아픈 과거사로 통하기도 하지만

함께 걸어가야 할 동력원이기에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4월 18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