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한 몸이다
꽃피는 봄이라 해도 죽음을 막을 수 없듯이
혹한에 죽어가는 겨울이라 해도 삶을 막을 수 없듯이
삶과 죽음은 한울타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가며
마중을 나가거나 배웅해주고 있다
삶이 언제 죽음으로 변할지 모르기에
죽음이 언제 삶으로 변할지 모르기에
손길 닿는 곳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을 긋고 있다
우리들의 세계와 우주가 만나는 곳엔
예기치 않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발길 닿는 곳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을 긋고 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나거나
헤어지고 싶을 때 헤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남 뒤에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듯이
이별 뒤에는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듯이
우리들의 인생사
뜻대로 되는 일보다는
뜻대로 되지 않은 일들이 많다보니
우리들의 의문은 항상 하늘을 향하고 있고
우리들의 의문은 항상 땅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삶과 죽음의 경계를 기다릴 수 없듯이
깨달음을 얻은 각자(覺者)일지언정
우리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견뎌라
삶과 죽음은 한 몸이라며
우리들의 뇌를 세뇌시키고 있다
그리고
살아있는 한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는
명언 아닌 명언으로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현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견딜 수 없으면
쓰러지기에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놓으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삶과 죽음은 한 몸이기에
죽음보다 더한 삶은 없다며
삶보다 더한 죽음은 없다며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뎌라하며
우리들을 위로하고 있다
2015년 4월 9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