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洗美苑)
“물과 꽃의 정원인 세미원(洗美苑)” 은
하늘과 땅을 흔들어
구름과 바람을 불러들이기도 하고
유불선을 병풍처럼 펼쳐놓기도 하고
약속의 정원이자
세한정(歲寒庭) 벽면에 새겨진 한글번역본과 함께
세한도(歲寒圖)로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마치
세한도를 재현하기위해 세워진 세미원(洗美苑)처럼
군더더기를 제거한 채
정점에 서있는 한파를 연상케 하며 중심을 잡고 서있다
다시 말하면
여백의 미를 강조하며
굳은 의지와 함께
꼿꼿한 자세로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강한 모습으로 홀로 서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조성된 물과 꽃의 정원에서 힘을 받아가며
단군신화의 위대성과 음양을 대표하는 태극기 속에서
자연과 우주를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온갖 것들이 다 모여도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지 않고
의연하게 서있을 수 있는 것은
서로에게 양보함으로써
배려라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기에 가능하다
물론
광릉수목원이나
아침고요수목원이나
남이섬
외도 등에 견준다면
조금은 부족할 수 있겠지만
모두 다 개성을 살린 작품이다 보니
반드시 낮게 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보니
세미원의 풍광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다
두물머리까지 합세하여 산과 강을 한꺼번에 껴안으며
자연을 노래하고
우주까지 노래하다보니
갑자기 영혼이 맑아지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직은
겨울과 봄의 언덕에서 춤을 추고 있는
초봄이라
움트고 있는 싹만 가득할 뿐
만개한 꽃은 보이지 않지만
장독대분수대와 나라를 생각하는 뜨란인 국사원을 향해
징검다리를 따라 걷다보면
세미원의 멋과 낭만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벌거벗은 나목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바라보아야한다며
바람을 타고 달려와 귓속말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과거의 생과 미래의 생이 연결되어져있고
오늘은 과거와 미래의 중심축에 서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오늘을 오늘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은
오늘이라고 말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리거나
오늘이라고 말하는 순간 미래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중심축이란
서있는 그 자리에서
망부석이 되거나
목석이 되어야만
중심을 잡을 수 있기에
그리고
소통이 가능하기에
함부로 중심축을 흔들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긴긴 겨울을 참아낸
냉이와 달래, 쑥 등 뿌리식물 속에서
우리들만의 향연을 위해 얼마나 인내해왔던가
잠시라도 한눈팔 시간도 없이 달려온 시간이지 않았던가
춥다고 웅크린 적은 있어도
덥다고 옷을 벗어던진 적은 있어도
추위와 더위와 싸우면서도
놓지 말아야할 인내심만큼은 결코 내려놓지 않았기에
이러한 순간들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우주와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세미원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써
유난히 많은 연못이 사방에 배치되어져있다
특히 세미원 연꽃박물관을 시작으로 수련전시관(휴관중), 홍련지, 빅토리아 연못,
열대수련연못, 검은잉어연못, 페리기념연못, 사랑의 연못 등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한곳에 집중되어져 있어
한국을 알기위한 노력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세미원(洗美苑)에 담긴 뜻만 익혀도 그 이해력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 세미원(洗美苑)은
새로운 도전이자
또 다른 인공자연이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조 임금의 효와 정약용선생의 지혜를 기리는 배다리인 열수주교(舟橋)” 는
가히 우리 민족의 독창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놓음과 동시에
“남한강 북한강 두 물줄기가 만나 한강이 시작되는 곳”,
두물머리(兩水里 또는 合水머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세미원(洗美苑)을 빠져나오자마자
상춘원(常春園) 동백헌에서 백련차(연잎차)를 마셔가며
온실에 갖춰진 수많은 동백꽃을 비롯하여
각종 꽃과 정자를 감상하다보면
어느덧 봄이 오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고 보면
발걸음 하나하나에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머리를 식혀주는
세미원(洗美苑)과 두물머리(兩水里 또는 合水머리)가 있어
한국의 진정한 멋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깨우쳐주기도 한다
가라하면 가는 그런 모습으로
오라하면 오는 그런 모습으로
언제든 함께 손을 잡고 달릴 수 있는 곳
바로
세미원(洗美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세미원(洗美苑) 홍보 책자에 의하면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洗美苑)의 어원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옛 성현의 말씀에 그 뜻을 담았습니다.
세미원(洗美苑)은
일반적으로 공원이나 식물원이 아닙니다.
세미원을 세우고 가꾸는 궁극적인 목표는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에피쿠로스가 꿈꾸고 가꾸던
자연 속에 담겨 있는 진리를 배우는 정원입니다.
세미원(洗美苑)은
팔당호가 삼면에 둘러싸인 물의 정원으로
노자(老子)께서 가르치신
상선(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이다.)의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곳이요.
여름철 세미원 가득히 피어나는 연꽃을 보고
염화미소(석가모니께서 영산에서 설법 하실 때
연꽃을 손에 드시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하는 물음에
제자 가섭이 빙그레 웃음으로 답하였다는 가르침)의
참뜻을 깨우치는 곳이요.
세한정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며 공자께서 말씀하신
세한연후 지송백(歲寒然後 知松柏 : 계절이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이라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어야 할 보편적 가치관의
실천을 다짐하는 장소요.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고 하나” 라는 것과
“음과 양이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 라는
단군신화와 태극기 속에 담겨 있는
우리 민족의 자연 철학을 터득하는 자연배움터입니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Tel. 031-775-1834
2015년 3월 27일 금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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