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천국과 지옥

청아당 2015. 3. 17. 20:23

천국과 지옥

 

내가 있는 곳엔 지옥이 있고

내가 없는 곳엔 천국이 있다

다시 말하면

나를 나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요

나를 나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천국에 오를 것이다

 

오로지

너와 내가 존재해야만

너와 나를 구분할 것이기에

처음부터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거나

이 우주상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천국과 지옥이 따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누가 너와 나를 구분하였는가

누가 너와 나를 구분하고자하는가

 

만약에

너와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함께 해야 할 이유도 없고

홀로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종교마다 부르짖고 있는

천국과 지옥

명분조차 모호한 사후세계에 대해

너도 나도 겁박하며

우리들의 뇌를 세뇌시키고 있다

 

진정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든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지 않던

천국과 지옥을

등에 업고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둘 중의 하나인

이분법적인 확률이자

삶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괴로워해야 하거나

얼마나 행복해해야 하거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승에서의 삶이

곧 천국이자 지옥이기에

발길 닿는 곳이 천국이요

손길 닿는 곳이 지옥이기 때문이다

 

괴로워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행복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우리들에게 있어

천국과 지옥은

삶 그 자체이자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내가 있어야 지옥이 있고

내가 없어야 천국이 있기에

명상을 통한 깨달음의 세계마저도

너와 나를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너와 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고요의 극점에 도달해서도

그 끝은 보이지 않고

그 시작 또한 보이지 않기에

우리들의 천국과 지옥은

하늘이 정해 논

불행의 길이자

행복의 길이기도 하다

 

얼마나 더 빨리 달려야만

얼마나 더 느리게 걸어야만

천국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지옥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걸음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숱한 생을 살아온

우리들의 목숨조차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우리들이 선택해야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명령을 내리거나 삶을 짓누르고 있는

우주 최고 통치자의 청사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만

이 땅위에서 만연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생에서

서로 다른 사후세계를 논해봐야

해답이 없는

천국과 지옥에 대해

또다시 무엇이라고 말해야하겠는가

 

스스로 비우거나

스스로 채우거나

둘 다 비우거나

둘 다 채울 수만 있다면

공존하는 선악처럼

하나가 둘이 되거나

둘이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길목에서

한곳을 향해 쳐다보듯

천국과 지옥이 하나로 보이거나

천국과 지옥이 둘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이 둘을 합한 중용의 세계를 원한적은 있어도

언제 우리가 천국만을 원한 적이 있었던가

언제 우리가 지옥만을 원한 적이 있었던가

 

업보에 따라

천국이 보이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요

지옥이 보이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요

보이는 그곳이

중용의 세계라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그동안 동서양에서 정의되어진

천국과 지옥도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또다시 무엇을 원한단말인가

 

입을 연 순간

또 다른 사후세계의 지도가 그려지기에

입을 다문 채

침묵만을 원할 뿐이다

 

2015년 3월 17일 화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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