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도 - 허를 찌르다
연약한 나뭇잎도 바람 잘 날 없는데
거목이라고 피해갈 수 있겠는가
묵묵히 한길을 걷다보면
바람이 멈추거나
침묵이 멈추는 날이 올 것이다
가진다고 다 가진 것이 아니듯이
버린다고 다 버린 것이 아니듯이
사는 동안 소유하며 살거나
죽는 순간 무소유로 살거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다
홀가분하게 홀로 산다면
그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홀로 있어야만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아니듯이
함께 있어야만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아니듯이
둘 다
혹은
흔들리는 가운데
중용의 도(道)를 지키고자 서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당당한 모습이기에
죽음을 넘어선 사랑을 보거나
삶을 초월한 사랑을 보게 되는 것이다
모두 다 놓았다고 생각한 순간
모두 다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허를 찌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에
우리들은
단 한시도
방심할 수가 없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언정
비록 그것이 귀중한 것일지언정
우리들의 목숨이 살아있는 한
단 한시도
방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보라 저 연약한 나뭇잎조차 바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라 저 강인한 강철조차 바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비바람에 노출되어져
구름과 해와 달이
벗 삼아 흘러가고 있는
나그네 같은 삶이기에
우리들의 허전한 가슴을 채우거나
비울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뒤돌아보거나
앞을 향해 달리지 않겠다고 맹세하여도
지나고 보면
반대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보면
결국은
흔들리는 가운데
중심을 잡으려는 나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015년 4월 30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오늘 올린 詩』 > 『오늘 올린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느리거나 빠르거나 (0) | 2015.05.06 |
---|---|
청량산(淸凉山) 흥륜사(興輪寺) - 20150501 (0) | 2015.05.01 |
놓거나 잡거나 (0) | 2015.04.18 |
상향적인 욕망은 끝이 없다 (0) | 2015.04.16 |
삶과 죽음은 한 몸이다 (0) | 2015.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