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식영정(息影亭)
계단을 오르자마자 수백 년 된 적송에 매료되어
카메라 셔터부터 누르는 여행객들
누가 시켜 카메라에 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셔터를 누르는 여행객들의 모습이다.
수려한 광주호가 내려다보이는
식영정(息影亭)과 소나무 숲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곳이자
등에 맺힌 땀방울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바람과 구름에 실려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곤 호흡조차 그림자에 끌려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식영정(息影亭)은
석천 임억령(石川 林億齡)의 정자로 조선 명종 15년(1560년)에
서하당 김성원(棲霞堂 金成遠)이 장인인 임억령을 위해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星山別曲)》으로도 유명하다.
혹시라도 소쇄원에서 실망을 느낀 여행객들이라면
식영정에서 실망을 회복하는 곳이자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명소로 손꼽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식영정 뒤편에선 얼짱 각도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손과 발이 하나가될 때까지 자세를 취하는 여행객들
그리고 지칠 때까지 셔터를 누르며
식영정(息影亭) 아래로 내려와 부용정(芙蓉亭)에 마련된
대리석에 앉아 다양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리곤 노을이 지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갈 서하당(棲霞堂)을 지나
부용정 뒤편 아궁이에 군불을 땐 후
고수의 장단에 맞춰 연못이 흔들릴 정도로
판소리에 몰입하고 있는 예향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판소리 없는
시인묵객들만 들리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산천초목이 푸르른 5월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곳이자
자연을 가슴에 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서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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