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능가산((楞伽山) 내소사(來蘇寺)2

청아당 2013. 5. 23. 11:52

능가산((楞伽山) 내소사(來蘇寺)2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惠丘頭陀)가 창건한 절로

처음에는 소래사(蘇來寺)라 하였다가 내소사로 바뀌었다.”

 

당산나무 두 그루가

능가산 내소사(楞伽山 來蘇寺) 일주문을 가로막고 서있다.

일주문 앞을 지키고 서있는 700년 된 할아버지 당산나무와

절 내에 서있는 1000년 된 입암 마을의 할머니 당산나무가

전나무 숲길과 연결되어져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

지금도 세월을 칼로 베어내 시간을 재고 있지만

우주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따로 계산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우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달리고 있기에

굳이 시간을 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은 그저 우주의 순리에 따를 뿐

그 어느 것도

우주의 일부분을 잘라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소사의 전설에 의하면

“스님, 이제 그만 들어가시지요.” 라는 문장이

내소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머리에 빙빙 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신성한 영역이기에

조심스럽게 발끝을 들어가면서 움직이고 있는데

녹슨 스피커를 통해 청아한 목소리로 경을 읽는 소리가

경내를 진동하고 있다.

목소리는 아직도 카랑카랑한데

스피커는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녹이 써버린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자연을 울리고

고목을 울리고

심금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숱한 관광객들의 발걸음과 먼지들이

드나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못을 배경으로 촬영했던

“대장금 촬영지”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오가는 길목에서 새로 태어난

여린 나뭇잎들이 전나무 터널을 만들고 있어

햇볕을 받지 않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움직일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이곳 또한 강력한 태풍으로 쓰러진 전나무가

교육용으로 전시되어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간다는 것은 생명이 쓰러지는 일이요

온다는 것은 생명이 피어나는 일이기에

의미 없는 발걸음보다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움직여야

손뼉 치며 즐거움을 일으키고

손뼉 치며 기쁨을 일으킬 수가 있는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5월의 그림자가 발끝에 닿으며

그 끝을 알 수 없도록

신성한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이한 것은 능가산 줄기 곳곳에

흙빛으로 바위를 치장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놓고 있다.

풀리지 않는 화두라야 가슴에 와 닿듯이

마음까지 풀어내며 내소사 안팎에 뿌려놓고 있다.

제일 먼저 화두를 푸는 사람이

내소사의 깊이를 알 수 있듯이

본래부터 하나였던 것이

둘로 나뉘고

셋으로 나뉘고

결국에는 여러 경로를 거쳐

하나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화두는 일상이요

일상은 화두이기에

지금 서있는 그 자리가

살 자리이자 죽을 자리로 통하고 있다.

 

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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