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올린 詩』/『오늘 올린 詩』

거꾸로 서있는 우주

청아당 2013. 5. 29. 20:53

거꾸로 서있는 우주

 

하나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호기심이라 해도 좋고

이것을 욕망이라 해도 좋다.

 

가야할 길은 많은데

멈춰야할 길은 하나인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누르며

호흡을 멈춘다면

바로 그것이 호기심과 욕망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거나

관심의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멈춰버린 생명체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저렇게 해도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좋을 법도 하다.

어차피 이루고 나면 손에 쥐어진 것 없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닐 바에야

한걸음이라도

걸을 수 있을 때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면

그것처럼 홀가분하고

그것처럼 가슴 충만한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아라!

자연을 안아본 적이 있는지를

보아라!

우주를 안아본 적이 있는지를

그 모든 것을 다 안아보아도

결국 남는 것이라고는

허공을 향해 빈손만 흔들 뿐

손에 쥐어진 것 없이

휑한 가슴만 몸부림치고 있지 아니한가?

그리곤

뒤돌아서면 남는 것이 없다며

땅을 치며 통곡하거나

하늘을 향해 원망하는 일밖에 더 있겠는가?

본래부터 하나였던 것이

둘이 될 수 없듯이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거꾸로 서있는 우주밖에 더 있지 않겠는가?

 

2013년 5월 29일 수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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