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보면
먼지 난 시골길을 달려본 적이 있는가?
아스팔트위로 난 길을 달려본 적이 있는가?
국도를 달려본 적이 있는가?
고속국도를 달려본 적이 있는가?
길이 휘면 차도 휘어서 달리고
길이 바르면 차도 바르게 달린다.
길은 길을 만들지만
차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차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길 있는 곳에 차가 있기에
길은 곧 차이자
차 또한 길이 되어버린다.
이 얼마나 기묘한 일인가?
길과 차가 있기에
사람들이 달릴 수 있듯이
축지법보다 더 빠르게
순간이동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가 있는 것이다.
오솔길에 난 길도 길이요
숲길에 난 길도 길이요
땅과 하늘을 뚫고 달리는 것도 길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길이 있는가?
이보다 더 즐거운 길이 있는가?
참으로 행복함이 묻어나는 길이지 않은가?
눈을 감고 달리는 길도 길이요
명상으로 달리는 길도 길이요
침묵과 고요로 달리는 길도 길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길 위에서 길을 물으며 살아가거나
길 아래에서조차 땅을 파헤치며
길을 물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이 내린 계시이자
인간이 지켜나가야 할 길이기에
암묵적인 약속 하에
눈만 뜨면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길을 걷다보면
밟히는 모든 것이 길이 되어 지거나
모든 길이 하나로 모여
진리의 길을 만들거나
고요의 극점에 도달하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길이 되어 지거나
잡아도 잡히지 않는 길이 되어 지거나
놓아도 놓지 못하는 길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우리들이 정해 논 길이기에
길은 또다시 길을 잃어버리거나
우주 속에 갇혀 미아가 되어 지거나
다시는 볼 수 없는 영원한 길로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2013년 6월 9일 일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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