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의 관계
역사는 종교와 함께 달려왔다.
종교가 있는 곳에 역사가 있었고
역사가 있는 곳에 종교가 있었다.
그렇다면 역사와 미래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그 이면에는 초월적 지위에 있는 신들이 잔치까지 벌려가며
인간이라는 동반자를 선택한 것은
신들이 선택한 것 중 가장 현명한 처사였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우주를 선택할 수도 있었고
분명 자연을 선택할 수도 있었고
분명 하늘과 땅과 바다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선택한 것은
신들도 홀로 지내는 것보다는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장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인간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신보다 변죽이 더 심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신들의 위상을 확보하는데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기 때문이다.
불에 집어넣어 담그거나
보석으로 치장한 우주를 다 준다 해도
눈뜨면 빠져나와있는 인간의 마음을 잡을 수 없기에
참으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족쇄를 채우거나
아니면 달래서라도
인간의 환심을 살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보람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를 창조한 신이지만
침묵하는 우주나
개성 없는 자연보다는
비록 말썽꾸러기인 인간일지라도
겁박하거나 압력을 넣어서라도 인간을 다룰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역사와 미래의 관계가 생겨난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우주나 자연을 위해 생겨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이야 그냥 놓아두어도
한순간에 과거, 현재, 미래인 삼세를 넘나들거나
바늘귀보다 더 좁은 구멍조차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신들이기에
그 어떤 것도 신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유일하게 신들의 마음을 뒤흔들거나
마음 놓고 신들을 향해 욕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기에
인간을 신들의 손아귀에 집어넣는 일은
가장 훌륭한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이 우주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기에
신과 인간의 관계는 우주보다 더 끈끈하고
자연보다 더 끈끈하고
하늘과 땅과 바다보다도 더 끈끈한 일로
자리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각을 해보아라!
인간보다 더 현명한 것이 있는지를
인간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 있는지를
어떤 때는 동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어떤 때는 정적으로 움직이다가도
동시에 정중동의 묘기를 부리거나
동시에 동중정의 묘기를 부리는 것을 보면
우주나 자연보다는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가장 강력한 매력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우주나 자연도
수시로 몸을 바꿔가며 신들의 눈을 속이고 있지만
인간만큼 신들의 눈을
현란하게 속이는 것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영특한 인간을 위해 신들이 존재하는 것이지
신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기에
신은 인간이 있기에 가장 행복한 것이고
인간은 신들이 있기에 가장 행복한 것처럼
신과 인간의 관계는
처음부터 둘이 아닌 하나로 묶여있어
둘만의 밀월을 마음 놓고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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