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歸去來辭)
낙향하여 논밭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발걸음이 있다는 것은
마음보다 몸이 더 기뻐함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달려온 세월만큼
달려온 바람이 있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밟는 땅은
하늘이요,
우주요,
본래의 모습이기에
우리들의 마음에
우리들의 몸에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와 안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삽을 들어 땅을 파고
호미를 들어 땅을 파헤치고
곡괭이로 땅을 내리칠 때마다
세상에서 으뜸은 농사에서 시작되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마에 땀을 흘리고
등에 땀이 나는 세상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내던진 결과이기에
이보다 더 기쁘고
이보다 더 행복하고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땅을 파다보면
고추도 심어야하고
상추도 심어야하고
벼도 심어야하고
보리도 심어야하고
꽃도 심어야하고
과일나무도 심어야하기에
땅을 파는 일은
우주를 파는 일이자
하늘을 파는 일이기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해지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가장 단순한 곳에 있듯이
몸과 정신이 가장 편안할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가장 수고로울 때 찾아옴을 알 수가 있다.
비록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손때가 묻은 곳에선
희망을 느낄 수 있듯이
욕망을 향해 달릴 때보다는
좌절의 밑바닥에서 일어나
달리는 바람처럼
꺾이지 않는 도전만 있다면
무한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놓는다는 것은
잡는 것이기에
잡는다는 것은
놓는 것이기에
이 둘을 하나로 느낄 수만 있다면
하늘과 땅과 바다에
씨를 뿌려가며
더없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청아당 엄 상 호 詩